[김형태기자] 더 이상 가라앉을 곳은 없다. 심연까지 추락한 자존심과 팀내 위상, 이제는 다시 곧추 일어설 때다. 이들이 재기하지 않으면 두산 베어스의 재도약은 요원하다. 악몽같은 2014년을 보낸 노경은(31)과 이재우(34)에게 2015년은 희망차게 설레이는 도약의 시즌이다.
'84억원의 사나이' 장원준 영입으로 이번 겨울 큰 화제를 모은 두산이지만 '약한 고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반적으로 허약한 불펜, 그 가운데에서도 마무리 투수가 없어 코칭스태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 후보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위력적인 구위,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투수를 우선 중용하겠다고 발혔다.
◆'마무리 스터프' 노경은, 올해는 반등하나
이 조건에 부합하는 선수들이 구위의 노경은, 경험의 이재우다. 이런저런 이유로 2014년 동반 추락했던 이들에게 새로운 '도약의 동아줄'이 내려진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면 마무리, 실패해도 5선발 기회가 남아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올 스프링캠프가 중요해졌다.
노경은의 경우 '재기'라는 단어가 절실한 한 해다. 2012∼2013년 합계 22승6패 탈삼진 286개를 기록하며 한국프로야구(KBO)의 신데렐라로 발돋움한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허망한 한 해를 보냈다. 시즌 29경기(선발 19경기)에서 3승15패 평균자책점 9.03으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109.2이닝 동안 피안타 147개 117실점(110 자책)에 그친 결과였다. 문자 그대로 흠씬 두들겨 맞은 시즌이었다.
초반부터 난타를 당하더니 중반부터는 자신감마저 잃고 말았다. 시즌 중반 불펜으로 보직 이동도 해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선수 본인은 "불펜에서는 내 공을 던지는데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안 된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투구폼이 나도 모르게 헝클어진다"며 입버릇처럼 말했다.
'마무리감'으로서 노경은은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췄다. 타자를 윽박지르는 압도적 구위에 뚝 떨어지는 포크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겸비했다. 자신의 공만 제대로 던진다면 그는 리그 최상급 마무리로 손색이 없다. 문제는 정신적인 부담감.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선수 스스로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어린 선수도 아니고 이제는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반응을 내놓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주문이다.
◆'불펜 터줏대감' 이재우, 또 한 번의 도전
이재우도 올 시즌이 새롭긴 마찬가지. 부상 등의 여파로 시즌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1승2패 평균자책점 5.02의 성적은 자신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2010∼2012년 토미존 수술의 후유증으로 3년간 합계 9.1이닝 투구에 그친 뒤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2013년 30경기(선발 11경기)서 5승2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재기의 나래를 활짝 편 뒤 맞은 뜻밖의 추락이어서 여러모로 힘이 들었다.
김 감독의 구상에 따라 이번 캠프서 이재우는 원래 자신의 자리인 불펜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 2001년 프로 입문 뒤 줄곧 불펜의 핵심 셋업맨 역할을 맡아왔던 그에게 마무리라는 새로운 기회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노경은, 이현승 등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지만 프로 15년차라는 관록이 발휘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몇년간 활발히 리빌딩 작업을 해온 두산에서 투수 최고참이 된 터라 어깨도 더욱 무거워졌다.
김 감독은 "불펜의 베테랑 정재훈이 장원준 보상선수로 롯데로 이적하면서 마무리 걱정이 커졌다. 가진 자원으로 시즌을 꾸려나가는 수밖에 없다"며 "일단 경험있는 선수 3명으로 마무리 후보를 압축했다. 5선발은 마무리를 정한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덕아웃의 사령탑이 바뀌고, 선수단 분위기도 변화의 바람을 탔다. 새롭게 출발하는 2015 시즌, 미국 스프링캠프까지는 이틀 남았다. 노경은과 이재우에게 애리조나는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까.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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