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한화의 스프링캠프 자체 홍백전은 타 구단보다 일찍 시작됐다. 김성근 감독은 한창 체력을 끌어올리던 지난달 1월 28일부터 홍백전을 진행했다. 10일 고치에서의 마지막 홍백전을 끝으로 자체 평가는 마무리됐다. 김 감독은 "아직 멀었다"고 했지만, 그 안에서 발견한 희망도 적지 않다.
매 경기 눈에 띄는 선수가 등장했다. 첫 홍백전에서는 권용관이 첫 타석에서 그라운드 홈런을 날렸고, 김경언이 3점 홈런을 터뜨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튿날 경기에서는 조인성과 박노민, 김회성이 나란히 홈런을 때렸다.
세 번째 경기에서는 투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31일 열린 홍백전에서 투수 정민혁과 장민재가 2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아 기대에 부응했다. 3일에는 정근우와 오윤이 나란히 3안타씩을 때렸다. 이후 김정민이 3이닝 6탈삼진 무실점, 임경완이 2이닝 무실점 역투로 박수를 받았다. 송은범은 고치에서의 마지막 홍백전이었던 10일 백팀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물론 모두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그라운드 홈런을 허용한 이면에는 허술했던 수비가 있는 만큼 반드시 김 감독의 수비 훈련 지시가 뒤따랐다.
자체 홍백전은 매 경기 6이닝씩 진행됐고, 한 명의 투수가 홍팀과 백팀을 오가면서 던지기도 했다. 경기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훈련으로 이를 보완하는 것이 홍백전을 일찍 시작한 이유였다.
성과도 분명했다. 김 감독은 "몇 명 올라오는 선수들이 보인다. 수비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타격은 전체적으로 괜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수확은 선수들의 되찾은 자신감이다. 벼랑 끝에서 재기를 노리던 이들이 홍백전을 통해 조금이나마 향상된 기량을 확인했다.
첫 경기부터 그라운드 홈런을 때린 권용관은 1995년 LG에 입단해 SK를 거치며 19년간 프로에서 뛰었다. 그의 통산 타율은 2할2푼8리. 지난해 1군 8경기 출장에 그쳤던 권용관은 LG와 SK 시절 인연을 맺은 김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한화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임경완도 의지가 남다르다. 임경완은 2012년 롯데에서 SK로 이적한 뒤 최근 3년 동안 71경기에 등판했다. 이렇다 할 부상이 없었지만 떨어진 구위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화에서 새 출발한 임경완은 첫 홍백전 등판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달라진 모습을 확인했다.
KIA 이적 후 2년 동안 단 5승을 올리는 데 그쳤던 송은범도 한화에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김 감독의 맞춤 처방을 받아 예전 구위를 되찾고 있는 그는 3이닝 무실점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신고선수로 입단한 지성준은 '야신'이 꼽은 미래의 한화 안방마님이다. 3루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회성에 대해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수비도, 방망이도 가능성이 보인다. 아마 타격은 작년 같지 않을 것"이라고 흡족한 평가를 했다.
김회성은 2009년 입단한 뒤 6년 동안 127경기에 출장했다. 끊임없는 부상 때문에 매번 경쟁에서 밀렸다. 김 감독은 "올해는 김회성이 송광민과 좋은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화는 고치에서 시코쿠은행, 세이부 2군, 한신 2군과 연습경기를 치른 뒤 2차 캠프지 오키나와로 이동한다. 오키나와에서는 한국, 일본 팀들과 맞붙는다. 홍백전에서 성장세를 확인한 한화 선수단이 '실전'을 앞두고 있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선수들이 재기를 노리고 있어 이들이 어느 정도의 몫을 해낼지 꾸준한 관심사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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