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3년 3월 1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자르 스타디움. 2진에 가까운 선수 구성으로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의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2차전에 나섰던 포항 스틸러스는 후반 43분까지 2-1로 앞서고 있었다.
포항은 K리그와 병행하느라 이 경기에 베스트멤버를 출전시키지 않았으나 분요드코르전을 이긴다면 16강 진출 확률이 높았다. 황선홍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중심이 된 2진급 선수들의 맹활약에 고무되어 있었다.
한양대 재학 시절 U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12년 포항의 선택을 받았던 공격수 김찬희(25, 현 대전 시티즌)는 벤치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황 감독은 후반 43분, 승리 굳히기로 김찬희를 교체 투입했다.
놀랍게도 추가시간에 김찬희에게 골 기회가 왔다.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공격수라면 그려왔던 최고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찬희의 슛은 골키퍼의 반사신경 앞에 막혔다. 포항은 쐐기골 찬스를 놓쳤고, 이 장면 후 이어진 분요드코르의 역습에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2-2로 비기고 말았다.
결정적 찬스를 놓친 김찬희에게 그 이후 정규리그에서 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공격수 출신 황선홍 감독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 김찬희는 2014년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된 대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했다.
통렬한 자기반성을 하며 대전 유니폼을 입은 김찬희는 지난해 27경기에 나서 8골 5도움을 기록하며 대전의 클래식 승격에 앞장섰다. 조진호 감독은 김찬희에 대해 "볼을 다루는 센스가 있다"라며 아드리아노, 서명원과 함께 공격의 선봉에 세웠다.
지난 1일 대전의 2015 시즌 출정식에서 만난 김찬희는 "분요드코르전은 잊기 힘든 경기"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만큼 친정팀 포항에 대한 기억은 애증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김찬희는 "클래식에서 뛴다는 것 자체가 떨리고 흥미롭다. 포항을 만난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너무나 기다려진다"라며 친정팀과 상대할 시간만을 기다렸다.
만약 포항전에서 김찬희가 골을 넣는다면 어떤 상황이 나올까. 그는 "아직 연락하는 포항 선, 후배들은 '너 혹시 골 넣고 우리 쪽 벤치로 와서 세리머니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묻더라. 그건 그런 상황이 돼봐야 알겠지만 정말 출전을 한다면 냉정하게 경기에 나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라고 웃었다.
대전은 지난해 36경기에서 6패만 했다. 안산 경찰청, 강원FC 등이 1위 질주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폭풍 질주를 한 끝에 챌리지 1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정말 많이 이겨서 팀 분위기가 좋았는데 올해 그런 마음을 깨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는 바람에 팀 분위기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나아지는 것 같다"라고 대전의 분위기를 전했다.
스스로도 10골만 넣으면 더할 나위 없는 시즌이 될 것 같다는 김찬희는 "일단 아드리아노에게 집중적으로 (슛 찬스를) 몰아주겠지만 나 역시도 기회가 온다면 골을 넣어야 한다.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냉철한 다짐을 잊지 않았다.
절박함을 가진 동료들의 마음만 뜨거워진다면 대전에 강등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 김찬희는 소박하지만, 우승을 소원했다. 김찬희는 우승컵을 벌써 네 번이나 들어올린 경험이 있다. 포항에서 정규리그 1회, FA컵 2회 우승 경험이 있다. 대전에서도 챌린지 우승을 하는 등 네 번이나 정상을 밟아봤다.
그는 "우승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우승컵을 한 개라도 들어 올리면 좋겠다. 현실적으로는 FA컵이니까(가능성이 있으니까) 꼭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라며 시민구단에서 기적을 일으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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