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8일 전남 드래곤즈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 1라운드가 펼쳐진 광양 전용구장. 이곳에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찾아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27일 우즈베키스탄, 31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을 준비하기 위해 전국의 K리그 경기장을 찾고 있다. 제2의 이정협, 즉 K리그에 숨어 있는 보석을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는 K리그 선수들을 선발해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 넣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강한 의지가 묻어나는 행보다.
대표팀 감독이 경기장에 오면,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아무래도 의식을 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 감독이 직접 경기를 보는 상황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대표팀에 발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표팀 감독이 관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노상래 전남 신임 감독이 현역시절 그랬다. 노 감독이 선수시절 대표팀 감독 앞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대표팀에는 발탁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광양 전용구장을 찾자, 노 감독은 감회가 새로운 듯 14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2001년 3월25일, K리그 개막전이 펼쳐졌다. 장소는 역시 광양 전용구장이었다. 전남과 성남이 만났다. 당시 광양을 찾은 이는 거스 히딩크 한국 대표팀 감독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룩한 감독이다. 당시 히딩크 감독 역시 K리그 경기장을 돌며 숨은 보석을 찾고 있었다.
전남이 성남에 2-0 완승을 거뒀다. 그리고 전남의 노상래가 2골을 넣으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노상래는 전반 37분과 후반 31분에 잇따라 골을 터뜨렸다. 히딩크 감독이 보고 있는 앞에서 노상래의 2골은 많은 추측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노상래 감독은 "2001년 개막전에서 히딩크 감독님이 광양으로 오셨고, 내가 2골을 넣고 성남에 2-0으로 이겼다. 그러자 많은 추측들이 난무했다. 내가 히딩크 감독과 면담을 했다느니, 이미 대표팀 발탁이 확정됐다느니, 여러 가지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히딩크 감독님과 대화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다. 결국 나는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며 당시를 추억했다.
히딩크 감독의 눈에는 골을 넣은 노상래보다 다른 선수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나 보다. 노상래 감독은 "당시 나는 31세 노장이었다. 키가 큰 것도 아니었고 10초대를 뛸 수 있는 빠른 스피드도 없었다. 내가 대표팀에 뽑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히딩크 감독님 앞에서는 2골을 넣었지만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는 김남일이었다"며 웃었다.
노 감독은 조금은 씁쓸하고 안타까운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제자인 지금 전남의 선수들은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랐다. 슈틸리케 감독이 보는 앞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대표팀에 승선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노 감독은 "우리 전남 선수들은 나처럼 돼서는 안 된다. 좋은 활약으로 대표팀에 승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에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3인방 이종호, 안용우, 김영욱이 있고, 차두리의 은퇴로 오른쪽 풀백 자리가 비어 있는 곳에 또 다른 베테랑 최효진이 대표 복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안용우는 이날 제주전서 스테보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고, 최효진은 특유의 성실하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노상래 감독과 히딩크 감독의 맺어지지 않았던 인연, 전남 선수들과 슈틸리케 감독의 인연은 맺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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