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인천 전자랜드의 팀 컬러는 끈적함으로 표현된다. 몇몇 스타 플레이어어에 의존하는 것보다 선수단 전원의 조직력을 앞세워 상대를 무너뜨린다.
올 시즌도 전자랜드는 끈끈한 팀 컬러를 앞세워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정규시즌에서 한때 9연패를 당하고도 6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 9연패를 당한 팀이 6강에 오른 것은 1999~2000시즌 부산 기아(현 울산 모비스)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기적 같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전자랜드의 올 시즌이었다.
9연패 당시 사퇴까지 고려했던 유도훈 감독은 결국 팀을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로 이끈 뒤 6강 첫 무대서도 반전을 이끌어냈다. 9일 열린 3위 서울 SK와의 1차전에서 전자랜드가 87-72, 15점 차 대승을 거둔 것. 역대 1차전 승리 팀의 4강 진출 확률은 94.4%(32/34)에 이른다.
당초 전자랜드는 6강에 오른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6강 상대가 SK였기 때문. SK는 시즌 내내 선두권을 지키다 3위로 미끄러진 팀으로, 전력 면에서 전자랜드에 크게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도 4승2패로 SK가 전자랜드에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1차전을 잡아냈다. 무려 14개의 3점슛을 폭발시킨 결과였다. 전자랜드의 3점슛 적중률은 58.3%(14/24)에 달했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었다. 외곽슛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철저히 준비된 전략이었다. 전자랜드 선수들은 조금의 틈만 보여도 과감하게 솟구쳐 올라 3점슛을 던졌다.
봄 농구에서도 전자랜드는 반전 드라마를 시작했다. 역대 18차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6위 팀이 3위 팀을 꺾고 4강에 오른 것은 3차례뿐. 확률로 따지면 16.7%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1차전에서 승리하며 4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6강 1차전에서 전자랜드는 특유의 팀 컬러를 보이며 승리를 쟁취했다. 짜임새 있는 수비와 철저한 박스아웃 등으로 제공권의 열세를 극복했고, 무려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릴 정도로 공격의 균형도 좋았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SK에 앞선다고 할 수 없지만, 하나의 팀으로 뭉친 전자랜드는 SK보다 강했다.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 남은 4경기에서 2승을 추가해야 4강에 오를 수 있다. SK를 상대로 2승을 더 거두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다. 올 시즌 전자랜드가 보여줄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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