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박찬욱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을 통탄스러워했다. 이번 논란이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 영화제가 이념 논쟁에 휘말렸다는 일각의 시선과 관련해서는 정치 공세를 펼치는 쪽은 영화제가 아닌 부산시 쪽이라고 일갈했다.
10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미래 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진행됐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사회로 BIFF의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민병록 동국대 명예교수, 임권택 감독, 박찬욱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참석했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 2월11일 부산에서 이뤄진 것과 같은 주제와 목적으로 진행됐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오늘 공청회는 부산시에 쇄신안, 미래비전을 제안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부산 공청회에 이어 마련한 자리"라며 "영화제를 객관적으로 봐 주시고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지적해 주시면 이를 발판으로 해 영화제가 10년, 20년을 더 한국영화인들의 힘을 받아 발전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알렸다.
박찬욱 감독은 신작 영화 '아가씨'의 촬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날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피력했다. 박 감독은 "신작 촬영이 석 달도 안 남았다. 정신이 없는데 이런 자리에 나와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차마 거절이 안 되는 상황이 통탄스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한국 사회가 온통 엉망진창이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그럴듯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가 부산국제영화제가 생각해왔다. 여기마저 이렇게 된다면 이 나라가 대체 어떻게 되려 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어떤 사람들은 '다이빙벨'이라는 영화로부터 시작된 문제니 영화제가 가지는 정치성, 이념성의 문제가 아니냐고, 이 영화제마저 이념 논쟁에 휘말리는 것이냐 개탄하는 분들도 있다"고 상황을 되짚었다.
그러면서도 박 감독은 "사실 제 생각에는 이념적 면을 채색하는 쪽은 영화제가 아니라 (부산)시 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프로그래머가 영화를 골라 영화제에 오는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과정에서 특정 성향의 영화들만 골랐던 것도 아니고 여태껏 해왔던 과정에 의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들을 골라오지 않았냐"며 "그 중 하나일 뿐이었는데 이것을 문제삼아 공세를 펼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념공세"라고 비판했다.
"정치성을 부여하는 쪽은 영화제가 아니라 시 쪽이라 생각한다"고 다시 강조한 박찬욱 감독은 "이 논쟁을 어떤 이념, 진보와 보수와 같은 식의 정치 프레임에 가둬선 안된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문제로 봐야 한다 생각한다"고 첫 발언을 마무리했다.
최근 부산시는 영화제 쇄신 방안과 관련 임기가 남은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해 영화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2014년 제19회 BIFF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팽목항의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부산시와 영화제 측이 갈등을 빚은 것과 관련한 보복 처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