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두 명의 '살아 있는 전설'이 나란히 의미있는 홈런포를 가동했다.
LG 트윈스 이병규(41)와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39)이 14일 시범경기에서 나란히 홈런을 신고했다. 이병규는 시범경기 첫 홈런, 이승엽은 2호 홈런이다. 이병규는 KIA 외국인 투수 스틴슨을 상대로, 이승엽은 SK 백인식에게 홈런을 뺏어냈다.
먼저 홈런을 터뜨린 쪽은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포항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 1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백인식의 2구째를 잡아당겨 우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스코어 3-0을 만드는 시원한 한 방이었다.
홈런 이후로도 이승엽은 5회말 안타 하나를 추가, 3타수 2안타 멀티히트를 기록한 뒤 대주자로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이승엽의 시범경기 성적은 타율 2할7푼8리(18타수 5안타) 2홈런 2타점이 됐다.
이어 이병규도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 2회초 무사 1루에서 스틴슨을 상대로 중월 동점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완벽한 타이밍에서 맞아 그라운드를 정확히 반으로 가르는, 비거리 125미터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이병규 역시 5회초 적시 2루타를 터뜨린 뒤 7회초 대타로 교체, 3타수 2안타 3타점의 성적으로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병규는 타율 5할7푼1리(7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의 시범경기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승엽은 지난 8일 두산전 첫 홈런 이후 벌써 시범경기 두 번째 홈런을 터뜨렸다. 타격 컨디션을 일찌감치 끌어올린 모습. 시범경기부터 터지기 시작한 홈런포는 이른바 '회춘 모드'였던 지난해의 성적이 올 시즌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이승엽은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8리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는 전성기 못지않은 성적을 남겼다. 요미우리 시절이던 2007년 이후 7년만이자 KBO리그 최고령 30홈런-100타점 기록이었다.
이병규의 홈런은 더욱 반갑다. 이병규는 지난 시즌 입었던 왼쪽 종아리 부상 후유증으로 스프링캠프 중 열린 연습경기에 한 차례도 출전하지 못했다. 부상 재발을 막기 위해 최대한 조심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던 것. 양상문 감독은 일찌감치 "이병규의 실전 투입은 시범경기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령탑의 말대로 시범경기 들어서야 이병규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첫 출전이던 11일 롯데전에서 대타로 나서 범타로 물러난 이병규는 12일 삼성전에서 2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첫 안타를 신고했다. 13일 삼성전에서는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이날은 장쾌한 홈런까지 쏘아올렸다.
이병규는 이승엽과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이승엽이 지난해 활약을 이어가야 한다면, 이병규는 지난해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 지난해 이병규는 부상 탓에 62경기에서 타율 2할5푼1리 2홈런 25타점의 성적에 그쳤다.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 하지만 시범경기를 통해 몸상태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내며 올 시즌 명예회복을 예고했다.
이병규와 이승엽 모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세월은 흘렀지만 두 선수의 기량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이날 나란히 쏘아올린 홈런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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