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어느 종목보다 다양한 기록이 존재해 팬들의 경기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최근에는 기록이 더욱 정밀, 세분화되는 추세. 선수의 가치가 수많은 기록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 종목이 바로 야구다.
기록이 세분화되는 추세지만 홈런, 타점, 타율, 그리고 평균자책점, 다승, 탈삼진 등 전통적인 기록에 대한 가치도 변함이 없다. 각 부문 1위에 오른 선수들은 곧 리그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허수도 존재하지만 기록이 지니는 기본적인 가치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통산기록은 그 가치가 더욱 특별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꾸준히 유지하지 않으면 통산기록의 순위권에 들 수 없다. 뛰어남과 꾸준함이 동시에 충족돼야만 쌓을 수 있는 기록이 바로 통산기록이다. 그런 만큼 각 부문별 통산기록 1위는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이승엽, '최다 타점-득점-루타' 양준혁 쫓는다
삼성 이승엽(39)은 이미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다. 하지만 8년이나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관계로 국내에서는 선두를 차지한 통산기록은 얼마 되지 않는다. 독보적인 생산력을 보이는 홈런 부문(390개, 한일 통산 549개), 홈런을 기반으로 한 장타율(0.582) 부문에서 통산 1위에 올라 있다.
이승엽은 타점 부문에서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을 뒤쫓고 있다. 1천203타점을 기록 중인 이승엽은 양준혁(1천389타점)에 186타점 뒤져 있다. 지난해(101타점) 페이스를 앞으로 2년 동안 유지한다면 양준혁의 타점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통산 득점 부문에서는 3위다. 양준혁이 1천299득점으로 1위, 전준호 NC 코치가 1천171득점으로 2위, 이승엽은 1천112득점으로 그 뒤를 따른다. 전 코치의 기록은 이승엽이 올 시즌 넘어설 가능성이 높지만 187득점 차이를 보이는 양준혁의 기록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2~3년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루타 부문에서도 이승엽은 양준혁에 이은 2위다. 이승엽은 3천288루타, 양준혁은 3천879루타를 기록 중이다. 둘의 차이는 591루타. 지난해 이승엽은 282루타를 기록했다. 통산 루타 기록 역시 2~3년 더 뛰어야 선두를 바라볼 수 있다.
관건은 이승엽이 얼마나 더 현역 생활을 지속할 지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8년 공백에도 각종 최고 기록에 근접해 있는 것 자체로도 이승엽의 위대함이 잘 드러난다. 한국 나이로 벌써 마흔 줄에 들어선 이승엽이지만 여전히 삼성 타선은 이승엽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병규와 장성호, 양준혁의 '최다 안타' 기록에 도전장
LG 이병규(41)와 kt 장성호(38)는 양준혁의 통산 최다안타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병규는 리그 최고령 타자로서 지난해 부진을 씻기 위해, 장성호는 신생팀 kt로 새둥지를 틀고 나란히 절치부심 중이다.
이병규도 일본(주니치) 진출로 인한 3년의 국내 리그 공백이 있다. 그럼에도 2천21개의 안타로 이 부문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1위는 양준혁의 2천318개. 장성호는 2천71개로 2위다. 양준혁과의 차이는 이병규가 297개, 장성호가 247개다. 두 선수의 나이를 감안하면 따라잡기 쉽지 않은 격차다.
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병규는 2013년만 해도 130개의 안타를 생산하며 3할4푼8리의 타율로 최고령 타격왕에 올랐다. 지난해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타율 2할5푼1리, 49안타를 뽑아내는 데 그쳤지만 올 시즌 철저하게 몸을 만들며 부활을 노리고 있다.
장성호 역시 최근 내리막이긴 하지만 kt로 팀을 옮기며 새로운 동기가 생겼다. 장성호는 2012년 한화에서 113개, 2013년 롯데에서는 64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지난해에는 1군 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못하며 안타 생산을 멈췄다. 하지만 장성호의 경우 이병규보다 세 살이나 젊다는 점에서 긴 호흡으로 대기록에 도전해볼 수 있다.
◆이대형, '도루'의 전설 향해 뛴다
KIA 이적 후 한 시즌만에 다시 kt 유니폼으로 갈아 입게 된 이대형(32)도 대기록을 향해 뛴다. 이대형은 통산 401도루를 기록,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이 베이스를 훔쳤다. 역대 최고 기록은 전준호 NC 코치의 550도루. 이대형보다 149개 많은 기록이다.
LG 시절이던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 50도루 이상(53-63-64-66개)을 기록했던 이대형은 이후 부상, 부진 등으로 도루 숫자가 점차 줄어들었다. 2011년 34개, 2012년 25개로 줄어들었던 이대형의 시즌 도루는 2013년 13개로 1군 선수로 자리잡은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지난해 KIA 이적 후에는 22개의 도루를 기록했지만 도루자도 15개나 나오며 성공률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대형의 스피드, 슬라이딩 기술 등은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대형이 만 40세까지 현역 생활을 지속한 전준호 코치와 같은 꾸준함을 보인다면 새로운 '도루의 전설'로 우뚝 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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