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도전이야 언제든지 받아주죠."
황선홍(47)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라운드를 앞두고 윤정환 울산 감독의 자신감에 여유있게 웃음으로 응대했다.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FC서울과의 개막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철퇴축구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였다. 수비를 튼튼히 하면서 한 번에 시도하는 공격을 확실하게 성공시키는 방식이었다. 윤 감독의 현역시절을 상징하는 정교한 패스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울산의 '철퇴축구 시즌2'가 막을 올렸다.
포항전을 앞두고 스틸야드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고 말한 윤 감독은 "부천SK 시절 이곳에 와서 골도 많이 넣고 진 적이 없다. 전북 현대로 이적해서도 1골 1도움을 기록했었다"라고 옛기억을 꺼내며 웃었다.
이를 전해들은 황선홍 감독은 "그런 이야기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건 부천 시절 이야기 아니냐"라고 웃었다. 오히려 황 감독은 "나는 여기서 우승도 해봤다"라며 자신감을 전했다.
윤 감독은 "포항이 수원과 개막전 하는 것을 봤는데 우리와 비슷한 스타일이더라"라며 은근히 황 감독을 자극했다. 패스 중심의 공격적인 축구 구사에 일가견을 보여온 황 감독 입장에서는 다소 자존심 상하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황 감독은 "후배들의 도전이야 언제든지 받아준다. 나도 자극이 되고 좋지 않느냐"라며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김승대와 안드레 모리츠가 부상인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홈 개막전을 멋지게 치러 보겠다는 의지였다. 수비에서도 김원일이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김광석이 3월 말에나 돌아오는 등 고민이 있지만 일단 해보자는 것이 황 감독의 생각이었다.
영리한 이미지의 '제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윤 감독은 선배인 '황새' 황 감독이 말하지 않은 상대팀 약점을 간파하고 한 발 앞서 나섰다. 1-1로 맞선 상황에서 후반 김신욱을 교체 투입하며 높이를 이용했다.
결과는 제리 감독의 완승이었다. 황 감독은 우려했던 수비에서 실수가 두 번이나 나오며 땅을 쳤다. 후반 21분 포항이 1-2로 뒤진 가운데 김준수의 백패스를 신화용 골키퍼가 놓치며 울산 양동현에게 어이없는 실점을 했다. 포항이 한 골을 만회해 2-3으로 따라붙은 직후인 32분에는 김신욱의 중거리 슈팅을 신화용이 더듬으며 뒤로 흘려 추가 실점하는 믿기 힘든 장면도 나왔다.
윤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아직 문제가 많다. 골 결정력도 그렇고 패스의 질도 떨어진다"라며 엄살을 피웠다. 하지만, 라이벌 포항전 승리로 활짝 웃었고, 2연승한 울산은 초반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르게 됐다. 스틸야드에서 많은 것을 얻은 울산이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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