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윤정환식 '철퇴축구'가 K리그 클래식을 뒤흔들고 있다.
윤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현대는 지난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전에서 4-2로 이겼다. 1라운드 FC서울전 2-0 승리를 포함해 2연승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대표되는 울산의 철퇴축구가 미드필드에서의 안정적인 조율을 거치면서 더욱 새로워졌다는 점이다. 울산은 패싱력이 뛰어난 일본 출신 마스다와 투쟁력으로 수비 앞 1차 저지선을 형성하고 있는 하성민을 중앙 미드필더 조합으로 내세웠다.
이들 앞에는 골, 도움 뭐든지 가능한 세르베르 제파로프가 원톱 양동현 아래 서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제파로프는 지난해 성남FC 시절 박종환 전 감독으로부터 "선수도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바로 그 선수다.
하지만, 윤 감독은 이들 정삼각형 미드필더들을 안정적으로 세우고 서울과 포항을 압도했다. 중앙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수비 방어선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전반 26분 김치곤의 갑작스러운 부상 대체자로 나선 김근환도 두 중앙 미드필더가 활동량을 앞세워 포항의 패스를 차단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2012년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더 김호곤 감독 시절과 비슷하다. 이호, 고슬기, 에스티벤 등이 중원에서 선 수비의 1차 저지선을 형성했다. 역할 분담도 확실했다. 이호가 조율을 하고 에스티벤은 화려함이 없지만 소리 없이 중원의 청소부로 나서 제 몫을 해줬다.
다만 윤 감독 체제에서는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제파로프의 합류로 좋아졌다는 것이다. 김신욱은 "윤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선 수비 후 역습이다. 결정적인 장면을 만드는 능력이 좋다. 수비가 먼저 돼야 골도 넣는다"라며 중원에서의 힘이 철퇴축구를 만드는 원동력임을 강조했다.
공격 옵션은 더욱 다양해졌다. 만년 유망주 양동현이 지난해 울산으로 이적한 뒤 성숙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2경기에서 2골 1도움이다. 김신욱이 후반에 교체 투입되면서 투톱으로 배치돼도 충분히 활용 가능함을 증명했다.
양동현은 올 시즌 배수의 진을 쳤다. 김신욱이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해 정상의 몸이 되면 경쟁은 피하기 어렵다. 일단 윤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것이 플러스 요인이다.
좌우의 윙어 따르따와 김태환은 각각 볼 키핑과 스피드로 무장해 상대 수비를 허물고 있는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장신의 양동현, 김신욱이 수비수를 붙들고 있으니 좌우 뒷공간을 파고드는 힘이 나온다. 포항전 제파로프의 첫 골에서도 양동현이 정동호의 가로지르기를 따라가 헤딩 시늉을 하며 뒤로 흘렸고 제파로프의 골이 됐다. 미끼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이다. 결정력 뛰어난 제파로프의 가담으로 원톱의 부담도 줄었다.
마스다의 골 역시 양동현과 김신욱이 수비수들을 앞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며 생긴 공간에서 나왔다. 정확도만 확실하면 얼마든지 슈팅을 할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전 "상대가 선굵은 직선적인 축구를 하면 리바운드 볼 싸움을 잘해주야 한다"라며 슈팅이나 공중볼 경합 후 제2 동작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찌 보면 서울이나 포항 모두 이 부분을 간과해 역습을 허용하며 패했다. 포항은 신화용 골키퍼의 실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분명 측면 뒷공간이 벌어지고 수비와 미드필드 간격이 넓어지면서 골을 내줬다. 경기를 치르면서 좀 더 호흡만 맞으면 무서워질 수 있는 울산의 철퇴축구 시즌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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