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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월드컵 유치 실패, 뿌리 강화-영향력 키우기 숙제 확인


여자축구 열기에서 프랑스에 밀려, FIFA에 영향력 행사할 힘도 약해

[이성필기자] 한국이 2019 여자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것은 한국 여자 축구의 뿌리가 더욱 튼튼해야 함을 알려줬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일 새벽(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2019 여자월드컵 개최지로 프랑스를 낙점했다. 한국과 2파전을 벌인 프랑스의 손을 들어줬다. 자연스럽게 2018년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도 프랑스에서 열린다.

한국은 1991년과 2007년 여자월드컵을 개최했던 중국에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는 두 번째로 여자월드컵 유치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아시아 최초로 FIFA 주관 전 대회 유치라는 기록에도 도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프랑스와의 경쟁에서 밀린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저변이 취약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 2009년에야 WK리그를 출범시켰다. 연고지를 두고 대회를 치르고 있지만, 말이 프로일 뿐 아마추어에 가깝다. 홈 앤 어웨이로 치르지 않고 특정 도시를 돌며 리그를 운영해왔다. 올해에야 연고지에서 경기를 치르는 등 나름의 형태를 구축하고 있는 단계다.

여자 축구는 등록 선수도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천700여명에 불과하다. 9만명 이상이 등록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와 비교하면 절대 열세다. 축구 활동 인구가 너무나 적다.

국제 대회 성적을 봐도 프랑스가 우위다. 프랑스는 2003 미국, 2011 독일 월드컵에 나섰다. 독일 대회에서는 4강에 오르며 여자 축구 신흥 강호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2015 캐나다 월드컵에도 나선다.

반면 한국은 2003년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이후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하다 올해 캐나다 월드컵에 12년 만에 두 번째 출전을 한다. 월드컵에서의 인상적인 성적이 필요한 상황이다. 16강 이상 진출하는 것이 그 다음 대회 유치에 재도전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한국은 연령별 여자축구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10년 독일 20세 이하(U-20) 월드컵 3위, 2010 트리니다드 토바고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 등을 해냈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등 세계 정상급 선수를 배출했다. 2002 한일월드컵을 치르면서 다수의 축구전용구장이 건립되는 등 인프라도 구축돼 있다.

역설적으로 정몽규 회장의 원톱 외교가 또 한 번 한계를 드러낸 셈이 됐다. 2013년 1월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된 뒤 정 회장은 광폭 행보를 보이며 그 해 12월 2017 U-20 월드컵 유치에 성공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아직은 FIFA 주관 대회를 연속 유치할 정도의 외교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이번 유치전을 위해 각 대륙 집행위원들을 두루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프랑스의 외교력과 명분에 밀렸다.

FIFA 내에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은 2011년 정몽준 FIFA 명예 부회장이 요르단의 알리 빈 후세인 왕자에게 집행위원 선거에서 패한 뒤 국제 축구계 영향력이 많이 감소했다. 정 명예회장의 오랜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한국의 FIFA 내 입지도 위축됐다.

정몽규 회장은 FIFA 집행위원에 도전하고 있다. 다음 달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당선을 노린다. 집행위원 자격을 획득해야 세계 축구와 더욱 원활한 소통의 문을 열 수 있다. 갈수록 입김이 세지고 있는 중동세와 한국을 항상 견제하는 일본의 힘을 견뎌야 한다. 여자 축구의 내실 다지기와 FIFA 내 영향력 키우기라는 숙제를 확인한 한국 축구와 정 회장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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