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팬이 먼저입니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막내구단으로 뛰어든 서울 이랜드FC는 21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와팝홀에서 'Kick-off Festival(킥-오프 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창단식을 열었다.
창단식에는 구단주인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한웅수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과 500여명의 팬이 참석했다.
이랜드FC 구단은 자세를 낮추고 창단식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은 K리그 챌린지 개막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같은 리그 팀이 개막전을 갖는데 창단식을 열어 재를 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떠들썩하게 홍보를 하지 않고 조용히 팬들의 참가만 받았다.
창단식에 함께한 팬들을 위해 이랜드 선수들은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줬다. 이날 선수단은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오전 훈련을 했다. 피곤한 상황에서도 식사를 한 뒤 행사장으로 이동해 팬 사인회에 참석했다. 아직 선수들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팬을 위해 모든 선수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사인회에 열중했다.
사인회 후에는 공식 창단식이 열렸다. 행사장이 워낙 크다보니 팬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해도 작게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대한 소통하겠다는 구단의 의지는 확실했다. 선수들은 단복을 입고 나와 정렬했고 마틴 레니 감독은 콘서트의 주인공처럼 무대 아래에서 솟아올라 팬들을 놀라게 했다.
레니 감독은 "이곳까지 온 팬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우리는 우리의 계획대로 가고 있다. 더 많은 도움을 바란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라며 굳은 각오를 전했다.
당초 레니 감독은 이날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FC안양-수원FC의 경기를 관전하려고 했다. 오는 29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홈 첫 경기 상대가 안양이다. 이우형 안양 감독과는 이 문제를 두고 지난 19일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팬 없이는 구단의 존재 의미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레니 감독은 창단식에 참석해 출사표를 던졌다. 이랜드FC는 리그 참가 첫 해부터 클래식 승격을 목표로 삼았다. 팬들에게 함께 가자는 의미로 레니 감독은 안양 경기 관전을 포기했다.
팬과의 소통을 원하는 구단답게 이날 선수들은 정장부터 화제를 모은 표범 무늬 유니폼까지 입고 등장해 춤을 추고 복근을 보여주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선수단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했다. 이랜드FC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늘 팬을 강조하고 있다. 피곤해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서서히 몸에 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팬들의 기대감도 상당했다. 윤지영(33, 서울 이문동) 씨는 "솔직히 아는 선수가 많이 없다. 그렇지만 이랜드FC가 기존 구단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 와봤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라고 창단식을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어린이대공원에 왔다가 창단식을 본 팬도 있었다. 박한석(40, 서울 길동) 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나왔다가 팬 사인회도 참석하고 창단식 구경도 하게 됐다. 최대한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팬인데 이랜드FC 경기도 보러 가봐야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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