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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감독 "시즌 중반부터 물러날 생각했었다"


현대캐피탈 '무너진 자존심' 다시 세울 적임자는 어디에

[류한준기자] 김호철 감독이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3일 김 감독의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김 감독은 사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0-11시즌 종료 후 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적이 있다. 2010-11시즌 당시 현대캐피탈은 많은 기대를 모았다. 독일과 터키리그에서 활약하다 국내 유턴한 문성민을 영입했고 외국인선수로 해외리그에서도 이름값이 높았던 헥터 소토(푸에르토리코)를 데려와 좌우쌍포를 구축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박철우가 삼성화재로 이적했지만 국내 최고 세터 중 한명인 최태웅을 FA 보상선수로 데려왔다. 이선규(현 삼성화재) 윤봉우가 버티고 있는 센터진도 건재했기에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 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 대한항공에게 플레이오프에서 밀려 탈락했다.

구단은 변화를 선택했다. 김 감독을 총감독으로 일선후퇴시키는 대신 프랜차이즈 플레이어 출신이기도한 하종화 감독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배구공 대신 마이크를 잡았고 배구해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감독은 2012-13시즌 드림식스(현 우리카드) 지휘봉을 잡으며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하 감독이 이끌던 현대캐피탈은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지 못했다. 팀은 다시 한 번 김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2013-14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로 돌아왔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으나 4년 만에 다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삼성화재의 대항마는 역시 현대캐피탈 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올 시즌 기대는 더 컸다. 100% 몸상태는 아니었지만 문성민이 입단 이후 처음으로 시즌 개막부터 동료들과 함께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15승 21패를 기록, 정규리그에서 5위라는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현대캐피탈의 부진 원인은 여러가지가 꼽힌다. 그중에서도 주포 노릇을 해줄 외국인선수와 궁합이 맞지 않았던 부분이 가장 크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아가메즈(콜롬비아)는 컨디션 난조로 흔들렸다. 무릎 부상 때문에 오프시즌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이 컸다.

외국인선수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아가메즈를 대신해 케빈(프랑스)을 영입했다. 그는 팀 합류 초반 연승을 달리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케빈효과'라는 말도 있었으나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시즌 도중 일어났던 임대 트레이드 파동도 팀에게 악재가 됐다. 임대 규정 해석과 적용 범위를 두고 혼선이 생겼다. 구단은 단장 교체라는 승부수를 다시 한 번 던졌으나 분위기 반전 효과는 크지 못했다.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과 계약기간이 한 시즌 더 남아있었다. 떨어진 팀 성적을 끌어 올리고 다시 한 번 우승을 위한 도전을 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사임을 선택했다.

그는 "사실 시즌 중반부터 고민을 했었다"고 했다. 단장 교체가 있었던 무렵이다. 당시에도 김 감독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나"라고 했었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14일 대한항공전)가 끝난 뒤 구단에 뜻을 전달했다. 구단은 김 감독을 말렸고 좀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고 했다. 사임 발표가 일주일 정도 뒤로 미뤄진 이유다.

김 감독은 22일 구단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같은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선수, 코치진, 팀 스태프, 프런트 모두 정말 열심히 뛰었다"며 "결과를 책임지고 나갈 몫은 내게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늘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 팬들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구단에게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했다.

김 감독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당분간 쉬고 싶다"고 했으나 그런 상황이 만들어질지는 미지수다.

현대캐피탈 사령탑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오프시즌 각 팀들의 감독 이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현대캐피탈을 포함해 현재 사령탑과 재계약 또는 영입을 해야 하는 팀이 꽤 된다.

정규시즌에서 3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 진출 나갔던 한국전력은 신영철 감독과 계약기간이 끝난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우리카드와 KB금융이라는 새로운 주인을 맞는 LIG 손해보험은 감독대행체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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