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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과 작별 차두리 "아버지 차범근, 미우면서 존경한다"


뉴질랜드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 "열정적으로 뛰어야 축구팬 늘어나"

[이성필기자] A매치 76경기를 소화하고 쿨하게 태극마크를 반납하려 했던 차두리(35, FC서울), 그도 결국 로봇이 아닌 사람이었다. 은퇴식에서 눈물을 쏟아낸 그는 경기 후 취재진 앞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마지막 대표팀 경기였고, 전반 43분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관중은 기립박수로 차두리의 마지막 대표팀 경기에 경의를 표시했다.

하프타임 때 열린 은퇴식에서 차두리는 자신의 영상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의 품에 안긴 뒤에도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늘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많다. 팬들의 메시지를 보니 내가 한 것 이상으로 사랑받았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미안했다. 행복한 축구 선수라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라고 전했다.

아버지 차범근 감독은 차두리가 항상 도전하고 넘어야 하는 큰 산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그라운드로 내려온 것을 보니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늘 아버지보다 잘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현실의 벽을 느꼈다. 아쉬움이 남고 밉기도 하더라.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한다"라며 최고의 아버지를 둔 것을 행운으로 여긴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자신에게 은퇴 골을 선물하겠다고 했던 후배 손흥민(레버쿠젠)이 이날 뉴질랜드전에서 페널티킥 실축을 한 것에 대해서도 재치있게 얘기했다. 그는 "느낌상 (손)흥민이가 넣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나보고 차라고 하던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했다"라며 자신은 끝까지 대표팀의 승리에 집착했음을 전했다. 이어 "어린 K리거인 이재성이 골을 넣은 것은 K리그에 있는 다른 어린 선수들에게 큰 희망을 줄 것 같다"라며 자신의 은퇴경기에서 느낀 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안컵 8강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차두리는 "선발로 나가고 싶었지만 벤치 멤버였다. 그런데 후반에 교체로 들어가서 연장전 손흥민의 골에 도움으로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선참으로 팀에 보탬이 된 것이 다행이었다. 여러가지로 우즈벡전을 통해 배웠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을 경기였다"라고 밝혔다.

국가대표에 대한 사명감도 전했다. 그는 "대표팀에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 오래 남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왔으면 한다. 자기가 계속 발전을 해야 한국 축구도 강해진다. 한국은 유럽과 달라서 대표팀이 소속팀보다 위에 있는데 오늘같은 평가전도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뛴다면 축구팬이 늘어날 것이다"라며 후배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나서주기를 바랐다.

피지컬은 좋은데 기술이 부족하다는 자신의 평가에 대해서도 호탕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선수는 없다. 단점이 아니라 선수의 장점을 보며 즐거워하고 더 잘하고 있다고 봐줬으면 좋겠다"라며 한 가지만 잘하는 선수도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차두리는 "지난 2년간 FC서울이나 대표팀과 함께 챔피언스리그나 아시안컵 정상 도전의 기회까지 갔다. 지나고 보면 축구 선수는 얼마나 우승을 했느냐를 위해 뛴다. 뿌듯하지만 결국은 빈손이다. 내 인생은 5대3으로 끝났다"라며 명쾌하게 자신의 선수생활을 정리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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