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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의]'금빛'으로 시작한 프로농구, '잿빛'으로 끝났다


모비스 챔프전 3연패로 시즌 종료, KBL 행정은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듯

[정명의기자] '2014~2015 KCC 프로농구'가 울산 모비스의 3년 연속 챔피언 등극으로 막을 내렸다. 모비스는 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동부를 81-73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연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프로농구 사상 첫 챔피언전 3연패. 하지만 올 시즌은 모비스의 위업 달성보다도 KBL의 답답한 행정과 불통 이미지가 더욱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호재 속에 개막을 알렸다. 개막 전, 남자농구대표팀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에 올라 난적 이란을 꺾고 12년만의 금메달을 수확한 것.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쾌거가 프로농구 흥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기대는 무참히 꺾였다. KBL의 행정이 여러가지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개막을 알리는 축제여야 할 미디어데이 행사 때부터 농구팬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소식을 접했다. 임시총회 및 이사회에서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2명의 동시 출전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현장의 감독들은 즉각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KBL의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외국인 2명 동시 출전은 과거에도 시행된 적이 있지만 국내 선수들의 입지를 좁게 만들어 결국엔 한국 농구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에 따라 사라졌다.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를 KBL이 다시 꺼내든 셈이다.

김영기 신임 총재의 주장에 따른 결정이었다. 김 총재는 '득점이 많이 나야 팬들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논리로 외국인 선수 2명의 동시 출전을 결정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를 신장에 따라 단신-장신으로 나눠 선발하도록 했다.

규정이 바뀌면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일단 현재 10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들은 원 소속팀과 재계약을 할 수 없고 다시 트라이아웃과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전자랜드의 포웰 등 현재 구단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들은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장신(193㎝ 이상), 단신(193㎝ 이하)으로 나눠 선발하는 규정도 문제를 드러냈다. 포웰의 경우 신장이 196㎝다. 규정상 장신에 속하지만 정통 빅맨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포웰을 선발하는 구단은 높이에 치명적인 약점을 갖게 된다. 포웰 등 어중간한(?) 신장의 외국인 선수들은 앞으로 한국 무대에서 뛰기 어려워졌다.

어쩔 도리가 없이 시즌은 개막했고, 여러가지 스토리를 탄생시키며 한 시즌을 치렀다. 모비스, 동부, SK는 마지막까지 치열한 선두 싸움을 펼쳤고, 전자랜드는 9연패를 당한 뒤 곧바로 6연승을 달리는 반전을 보이며 6강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연일 명승부가 펼쳐졌다. 6위 전자랜드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6강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3위 SK를 꺾은 데 이어 4강에서도 2위 동부와 5차전까지 혈투를 치렀다. 죽기살기로 뛰는 전자랜드 선수들의 열정은 농구팬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창원 LG 역시 4강에서 주득점원 제퍼슨이 퇴출된 상황에서도 정규시즌 1위팀 모비스와 5차전 승부를 펼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챔프전이 문제였다. 챔프전 개막을 앞두고 원래 오후 7시였던 2,4차전 경기 시간을 공중파 TV중계를 위해 오후 5시와 4시로 변경한 것. 4차전은 토요일 경기라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평일인 화요일에 열리는 2차전을 오후 5시에 개최하기로 하면서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아무리 챔프전이라고는 해도 평일 오후 5시에 경기장을 찾을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2차전 홈팀 모비스 프런트가 관중을 모으기 위해 팔방으로 노력을 해봤지만 허사였다. 결국 2차전 관중수는 3천28명에 그쳤다. 무료 초청관중 187명을 제외한 유료관중은 2천841명. 이는 프로농구 역대 챔프전 최소 관중이었다.

당장 KBL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프로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손님은 직접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이다. 하지만 KBL은 TV 중계를 위해 이를 철저히 무시하는 결정을 내렸다. 2차전이 열린 울산동천체육관에는 KBL의 행정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게시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KBL에 의해 제지되고 말았다.

3차전에서도 촌극이 빚어졌다. 선수교체 타이밍, 작전타임 등을 놓고 모비스 벤치와 기록석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것. 설전 끝에 기록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5분 가량 경기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KBL이 관련 지침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다.

KBL은 여전하다. 팬들의 비난, 언론의 문제제기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KBL이 불통으로 일관하는 동안 '금빛'으로 시작한 올 시즌 프로농구는 여러가지 논란을 남긴 채 '잿빛'으로 막을 내렸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원주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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