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그야말로 외국인 투수 전성시대다. 두산 베어스 마야가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함도 남는다.
마야는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무려 136개의 공을 뿌리며 볼넷 3개만을 내줬다. 두산의 1-0 승리가 확정될 때까지 안타도, 실점도 허용하지 않으며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것이다.
NC 다이노스 찰리가 지난해 6월24일 잠실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이후 1년도 안 걸려 나온 대기록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2년 연속 노히트노런이 나왔지만 이는 모두 외국인 투수들의 몫이었다.
한국 투수의 노히트노런 기록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송진우 KBSN 해설위원이 지난 2000년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달성했다. 하지만 이후 15년 째 한국 투수들은 노히트노런의 문턱 앞에서 좌절만을 맛봤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은 대기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올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들을 살펴보면 전체 프로야구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아져 있는 지를 잘 알 수 있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무려 9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개막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토종 투수로 개막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 이는 KIA 양현종이 유일했다.
2009년 8개 구단 모두 한국 투수들이 개막전 선발로 나선 이후 점차 외국인 투수의 비율이 높아졌다. 2010년부터는 외국인 투수의 개막전 선발 비중이 한 번도 5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09년은 KIA가 로페즈, 구톰슨 2명의 외국인 투수의 맹활약 속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해. 그 때부터 외국인 투수만 잘 뽑아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희망 속에 우수한 해외 자원이 대거 한국 무대를 밟기 시작했다.
투수 부문 외국인 쏠림 현상은 각종 타이틀에서도 잘 나타난다. 다승과 탈삼진은 2년 연속, 평균자책점은 3년 연속 외국인 선수가 타이틀홀더로 기록됐다. 한국 투수들이 차지할 수 있는 타이틀은 구원, 승률 정도였다. 류현진(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리그를 지배하는 한국 투수가 사라졌다.
유망한 투수들이 프로 입단 후 기대만큼 성장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류현진, 윤석민(KIA), 김광현(SK) 이후 소위 '슈퍼 에이스'라 부를 만한 투수도 없는 실정이다.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유망주들은 부상과 부진에 발목을 잡히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2의 류현진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야구 저변도 넓어져야 하고 아마추어 시절부터 체계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프로의 육성 시스템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 투수들 스스로도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외국인 투수의 득세는 한국 야구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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