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넥센 박병호가 SK 밴와트에게 사과했다. 밴와트는 부상을 당했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다.
16일 인천 넥센전에 선발 등판했던 밴와트는 1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1회초 2사 2루에서 박병호와 상대하다가 강습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밴와트는 다리를 절뚝이며 덕아웃으로 이동했다.
예상치 못했던 선발 투수의 부상에 SK 덕아웃이 갑자기 바빠졌다. 경기를 지켜보던 채병용이 김용희 감독의 지시로 급히 몸을 풀었다. 다행히 SK 타선이 1회말부터 4점을 뽑아 몸을 달굴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는 사이 덕아웃 뒤에서 밴와트도 고민에 빠졌다. 밴와트는 구단 관계자에게 "지금 당장은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수도 있다. 1회말 2아웃까지 기다려보자. 내가 빠지면 중간 계투들이 많이 던져야 한다"면서 계속 공을 던지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의 부상이었지만, 팀 동료들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밴와트가 무리한 제안을 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다. 무리하지 말고 부상 부위부터 살피자"는 김상진 투수코치의 말에 밴와트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검진 결과 다행히 골절상은 피했다. 타박상을 입은 밴와트는 1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밴와트 대신 이재영이 1군에 합류했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아쉬움이 컸던 밴와트지만, 박병호의 배려에 마음이 풀렸다. 박병호는 밴와트가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곁으로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상태를 살폈다.
박병호의 미안해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밴와트에게도 전달됐다. 밴와트는 병원 검진을 받은 뒤 구단 관계자에게 "박병호에게 나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 팀의 통역 담당자가 '다리'가 됐다. SK 통역 담당자가 넥센 통역에게 문자메시지로 "직접 와서 상태를 체크해줘서 고마웠다. 너는 좋은 타자니까 좋은 시즌을 보내길 바란다"는 밴와트의 말을 전했다.
경기 종료를 앞둔 8회말. 넥센 통역 담당자에게서 답장이 왔다. "야구를 떠나서, 다칠까 봐 걱정됐는데 많이 안 다쳤다니 다행이다. 올 시즌 치르면서 다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좋은 시즌 보냈으면 좋겠다." 박병호의 진심이 담긴 인사였다.
밴와트는 엔트리에서는 빠졌지만 1군과 동행하면서 부상 회복을 하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밴와트는 "다음 넥센전에 직접 만나서 다시 인사를 하고 싶다"면서 박병호의 배려에 고마워했다.
조이뉴스24 인천=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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