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박헌도(넥센 히어로즈)는 프로 6년차 선수다. 용마고와 경성대를 나와 지난 2009년 넥센에 입단했다.
그동안은 주로 백업 외야수로 나왔다. 지난 시즌까지 1군 통산 86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은 사정이 다르다.
박헌도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이 올라가는 횟수가 늘어났다.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원정경기에서도 박헌도는 좌익수 겸 6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서건창 김민성 때문에 넥센은 시즌 초반 타선의 무게감이 예전과 견줘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여기에 주장 이택근마저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빠진 선수들을 언제까지 그리워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감독이 할 일이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는 동안 방망이를 날카롭게 돌리는 박헌도를 주목했다.
넥센은 최근 타순을 변경했다. 클린업트리오 순서를 바꿨다. 또한 하위타순에 주로 나오던 박헌도를 6번으로 올렸다. 염 감독은 "타선 연결이 자주 끊긴다"며 "3번부터 7번까지를 좀 더 두텁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헌도는 KIA전에서 벤치 기대에 부응했다. 팀의 역전승을 이끈 귀중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그런데 정작 박헌도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주루 플레이 도중 나온 실수 때문이다.
박헌도는 3-3으로 맞서던 8회초 공격 1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섰다. 그는 상대 투수 김태영이 던진 2구째에 배트를 돌렸다. 타구는 우중간을 갈랐다. 1루주자 유한준이 홈으로 들어와 넥센이 4-3으로 KIA를 앞섰다.
이 때 박한도는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렸으나 상대 중계 플레이에 걸려 3루에서 그만 태그아웃됐다. 넥센은 더 이상 점수를 내지 못했다. 마무리 손승락이 뒷문을 잠그며 리드를 지켰지만 추가점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끝까지 경기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봐야 했다.
박헌도는 "내가 잘 쳤다기보다 (유)한준이 형이 홈까지 정말 잘 뛰어줬다"며 "찬스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나 때문에 물거품이 돼버렸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음을 졸였다. 경기 후반 한 점 차 승부가 이어졌고 넥센은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2사 3루 위기까지 맞았다. 안타 하나면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큰 것 한 방이 나온다면 경기는 그대로 KIA의 승리로 끝날 수도 있었다.
박헌도는 "(손)승락이 형이 잘 막아줄 거라고 믿었다"며 "한 점 차 승부라 끝까지 긴장을 늦츨 수 없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넥센은 KIA에게 재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8회 뽑아낸 점수는 그대로 결승점이 됐고 박헌도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박헌도가 너무 의욕을 보이다 주루 플레이에서 욕심을 내긴 했지만 현재 넥센 타선에선 없어선 안될 존재다.
그는 17일 현재 규정타석(46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타율 3할9푼4리(33타수 13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다면 당장 팀내 타율 1위에 오를 수 있는 성적이다. 박헌도가 선발로 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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