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시즌 LG 트윈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를 한 명 꼽으라면 '마무리' 봉중근일 것이다. 예년과 달리 연일 난타를 당하는 모습으로 LG 팬들에겐 걱정을, 타 팀 팬들에겐 흥미를 안기고 있다.
하지만 봉중근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봉중근의 부진 속 LG 불펜의 중심을 잡고 있는 이동현이다. 지금껏 늘 그랬듯 이동현은 약간의 과소평가와 함께 소리없이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사실 올 시즌 LG의 불펜은 봉중근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필승조였던 투수들 가운데 올 시즌까지 좋은 구위를 이어나가고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신재웅은 2군에 내려갔고, 진작 2군에 다녀온 유원상도 아직 불안하다. 정찬헌과 윤지웅이 지난해보다 성장한 것, 김선규의 약진 정도가 위안거리다.
그럼에도 LG 불펜은 크게 무너지지 않고 평균 이상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28일 현재 LG의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4.39로 10개 구단 중 4위에 올라 있다. 지난 2년 연속 1위(3.40-4.22)에 올랐던 위용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주전 마무리가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는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LG 불펜의 선전은 이동현의 존재감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해 불펜 필승조 가운데 올 시즌까지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유일한 투수다. 이동현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강력해진 구위를 보이며 굳건히 LG 불펜을 지키고 있다.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는 개인적인 동기부여도 있겠지만, 팀을 위한 책임감 또한 이동현이 불펜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동현은 11경기에 등판해 2승 3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1.50(12이닝 2자책)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은 2할9리,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92로 수준급. 삼진 12개를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2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과감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동현의 존재감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최근 봉중근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한화전부터 이동현은 팀의 마무리로 나서고 있다. 당시 5-2로 앞선 9회초 등판해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경기를 끝내며 시즌 첫 세이브를 신고했다. 26일 NC전에서도 봉중근이 9회말 위기를 맞자 구원 등판, 시즌 첫 실점(0.2이닝 2실점)을 기록했지만 7-6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28일 삼성전에서도 이동현은 7-4 역전에 성공한 뒤인 9회말 등판, 삼자범퇴로 경기를 매조지했다.
주전 마무리의 부진은 팀으로선 엄청난 타격이다. 마무리가 흔들리기 시작해 팀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LG에는 이동현이라는 대안이 있었다. 이동현이 있기 때문에 봉중근도 조금은 편히 마음을 먹고 1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동현마저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은 현재 LG에 있어서는 끔찍할 수밖에 없다. LG가 승률 5할 이상(13승11패)을 기록하며 공동 4위까지 위치해 있는 데에는 이동현의 공이 크다. 이제는 봉중근의 부진보다는 이동현의 존재감에 주목해야 할 때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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