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얼핏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라인업처럼 보였다. 하지만 겉과 속이 달랐다. KIA 타이거즈의 타선이 보기보다는 강했다.
KIA는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즌 4차전 경기에서 4-5로 패배했다. 넥센전 10연패로 이어진 패배였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막판까지 상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날 KIA는 다소 허약해 보이는 선발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김주찬, 신종길, 나지완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빠져 있는 상황이 최근 계속되고 있는 KIA지만 이날은 유독 타선에서 허전함이 더 느껴졌다. 4번타자로 출전해오던 최희섭까지 휴식을 이유로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
KIA의 라인업은 1번 이은총(중견수)-2번 최용규(2루수)-3번 필(좌익수)-4번 이범호(지명타자)-5번 이홍구(포수)-6번 박기남(3루수)- 7번 김민우(1루수)-8번 김호령(중견수)-9번 강한울(유격수) 순서로 구성됐다.
지난해 신고선수로 입단했던 이은총이 변함없이 톱타자를 맡았고, 5번타자로 나선 3년차 포수 이홍구는 데뷔 첫 클린업트리오로 선발 출전했다. 이범호가 체력 안배를 위해 지명타자를 맡으며 3루수로는 박기남이 기용됐다.
필과 이범호가 그나마 이름값이 있을 뿐, 다른 선수들은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다. KIA 구단 관계자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라인업에 가깝다"고 농담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디 야구가 이름값만으로 하는 스포츠였던가. KIA의 '연습경기 라인업'은 만만치 않은 힘을 보여주며 넥센의 막강 타선에도 밀리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 선발이 '에이스' 밴헤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선전이었다. 안타 수에서도 오히려 KIA가 9-4로 앞섰다.
1회말 박병호에게 투런포를 허용하며 끌려다니던 KIA는 3회초 반격을 시작했다. 선두타자 강한울이 2루타를 치고 나가며 포문을 열었다. 이은총과 최용규가 잇따라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해결사 필이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 한 점을 따라붙었다.
4회초에는 이홍구가 클린업트리오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다. 선두타자로 등장해 좌익선상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희생번트와 폭투로 홈을 밟아 2-2 동점을 만든 것.
다시 2-4로 뒤지던 5회초에도 강한울과 최용규의 안타에 이은 필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따라붙었고 6회초에는 박기남의 볼넷과 도루, 김민우의 내야안타, 상대 폭투로 다시 4-4 동점을 만들었다.
KIA로서는 4-4로 버티다 9회말 박병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경기 전 김기태 감독은 취재진에 "그래도 우리 꼬맹이들 잘하고 있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과 성장에 흐뭇함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KIA는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최선을 다해 잘 싸워나가고 있다.
조이뉴스24 목동=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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