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KIA 타이거즈의 불펜이 괄목상대했다. 이기고 있어도 경기 후반이 불안하던 지난해의 KIA가 아니다.
KIA는 11일 현재 구원 투수진의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4위(4.02)에 올라 있다. 철옹성 불펜을 재건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2.75)과 크게 차이가 날 뿐 2위 SK(3.53), 3위 LG(3.94)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수치다.
지난해 KIA의 구원진 평균자책점은 5.71로 9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렀다. 선발진 역시 평균자책점 5.91로 8위였던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경기 후반 리드를 빼앗기며 승리를 빼앗겼던 불펜의 문제가 더 두드러져 보였다. 그런 지난해와 비교해 올 시즌 KIA의 불펜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올 시즌 가장 큰 변화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생겼다는 점. 논란 끝에 윤석민에게 뒷문을 맡긴 김기태 감독의 선택이다. 불펜의 중심에 버티고 있는 윤석민과 함께 심동섭, 한승혁 등 젊은 투수들도 필승조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최영필, 김태영 등 베테랑들도 힘을 보태는 중이다.
하지만 강화된 불펜이 팀 성적과 완벽히 연결되고 있지는 않다. 선발이 아직 불안하고 타선도 약하기 때문. 한마디로 아직 팀 전력의 짜임새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KIA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전체 7위(5.17). 팀 타율은 8위(0.248)에 그친다.
결국 불펜을 제대로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선발 투수가 잘 던지고 타선이 점수를 뽑아줘 리드를 잡고 있어야 불펜 필승조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다. 그러나 KIA 필승조는 뒤지거나 동점인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윤석민에게 주어진 부담도 크다. 윤석민의 성적은 1승3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4.34. 역설적으로 윤석민의 평균자책점이 불펜 필승조 가운데 가장 높다. 윤석민이 완벽히 상대 타자들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윤석민이 유독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비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던 지난 6일 NC전이 대표적이다. 윤석민은 9회가 아닌, 3-1로 앞서던 8회말 1사 1,3루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했다. 모창민을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투아웃째를 잡아냈지만 박민우의 단타성 타구가 좌익수 오준혁의 타구판단 미스로 3루타로 둔갑하면서 3-3 동점을 허용했다. 힘이 빠진 윤석민은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KIA는 4-5로 패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에 없던 필승조가 KIA 불펜에 갖춰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좌완 심동섭과 우완 한승혁 등 좌우 파이어볼러 조합이 최근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심동섭은 팀내 최다인 6홀드에 평균자책점 2.51을, 한승혁은 4홀드(1패)에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 중이다.
10일 11-6 재역전승을 거두며 넥센전 11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불펜에서 찾을 수 있다. 선발 험버가 3.2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지만 불펜진이 나머지 5.1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재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임준혁이 2.1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한승혁이 1.1이닝, 심동섭이 0.2이닝, 윤석민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선발진이 안정되고 김주찬, 신종길 등 부상병들이 돌아와 타선의 힘이 회복된다면 KIA 불펜의 활용도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아직 완전치는 않지만 달라진 뒷문이 올 시즌 KIA에 희망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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