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아! 그냥 힘드네요."
여자 축구대표팀 골키퍼 김정미(31, 현대제철)는 박은선(29, 로시얀카)과 함께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을 경험한 유이한 멤버다. 두 명을 제외한 현 여자대표팀 멤버들은 오는 6월 캐나다월드컵에서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셈이다.
선수들의 경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대표소집 후 강도높은 훈련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바닥으로 내몰고 있다. 훈련 강도를 강-중-강-중으로 조절하고 있다. 약은 없다.
골키퍼들은 한 번 훈련을 하고 나면 녹초가 된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김범수 골키퍼 코치가 다양한 위치로 시도하는 슈팅 방어는 기본, 폴대 사이를 이동하며 확인하는 반사신경 운동이나 방어 동작 반복, 폴대와 폴대 사이에 걸친 가로대를 1인당 최소 5세트씩 소화한다.
단내가 나는 훈련을 하니 선수들 입에서는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김 코치는 "욕하지 마"라며 더욱 강하게 다그친다. 12, 13일 훈련 후 만난 전민경(이천대교), 윤사랑(화천 KSPO), 윤영글(수원 FMC)은 이구동성으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빨리 쉬고 싶다"라고 후다닥 숙소동으로 향했다.
대표팀 맏언니 김정미는 "월드컵은 최선을 다해도 모자란 무대다. 해보자는 의지들이 강하다 보니 말없이 훈련을 소화한다. 식사도 무슨 정신으로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힘든 훈련 과정을 전했다. 소집된 골키퍼 4명 중 1명은 전체 엔트리 구성상 월드컵 최종 멤버에서 반드시 떨어지게 된다. 누가 낙마할 지 모르니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필드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 공수 전환 기동 훈련을 3명이 1조를 이뤄 14세트씩 실시한다. 한 번 시도마다 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다. 수비수와 공격수를 적절히 섞어 상호 필요한 상황을 만든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정성천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더 빨리", "집중해"라는 독려가 그치질 않는다. 데이터로 선수들을 관리하는 송준섭 피지컬 코치도 냉정하게 지적한다. 선수들에게는 잔소리이지만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코칭스태프가 대표선수들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브라질, 스페인, 코스타리카와 한 조에 속했다. 실력에서는 한국이 해볼 수 있는 상대들이지만 피지컬은 아무래도 열세다. 힘에서 밀리면 승리하기 어렵이다. 힘있는 상대 선수들의 슈팅은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으니 골키퍼들의 정신 무장을 강조하는 데는 지나침이 없다.
지난 3월 키프러스컵에서 대표팀은 한계를 확인했다. 이탈리아, 캐나다, 스코틀랜드와의 조별리그에서 잘 버티다가도 후반에 와르르 무너지며 내리 3패를 당했다. 전가을(현대제철)은 "선수들도 유럽팀과 경기를 하면서 스스로 한계를 확인했다. 이 훈련을 말없이 견뎌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보던 한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는 "대회를 한 달 남긴 지금 시점에서는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남자보다 회복력이 떨어지는 여자 선수들의 경우 훈련의 강도가 강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윤덕여 여자 대표팀 감독도 이에 동의했다. 윤 감독은 "지금은 노력해도 부족한 시간이다. 선수들 스스로 강팀을 상대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를 잘 알고 있다. 후반 막판까지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라며 상대의 강력한 힘에 맞서는 기초적인 체력 준비를 해서 월드컵에 나갈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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