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프로야구에서는 '경제적인 투구'라는 표현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여러가지 의미가 될 수 있겠지만 적은 투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가장 경제적인 투수는 NC 다이노스의 베테랑 손민한(40)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투구를 앞세워 한국 나이로 불혹을 넘겼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성적을 남기고 있는 손민한이다.
22일 현재 손민한의 성적은 5승3패 평균자책점 4.06. 다승은 공동 4위, 평균자책점은 13위에 올라 있다. 손민한의 나이와 지난해 불펜에서 뛰다 올 시즌 선발로 돌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는 성적이다.
그러나 손민한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의 세부 성적을 살펴봐야 한다. 손민한은 이닝당 투구수가 14.5개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이 부문 최소 1위에 올라 있다. 19.6개로 최다 1위인 루카스(LG)보다 이닝당 평균 5개씩의 공을 덜 던지고 있는 셈이다.
손민한이 보여주고 있는 경제적 투구의 원동력은 볼넷의 최소화에서 찾을 수 있다. 손민한은 최소 볼넷 부문에서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44.1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단 5개뿐이다. 31.1이닝 동안 36개의 볼넷을 내주며 최다 볼넷 1위를 기록 중인 임지섭(LG)과는 천지차이다.
9이닝당 볼넷 역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손민한이 가장 적다. 손민한은 9이닝당 1.02개의 볼넷을 기록 중이다. 반면 루카스는 최다 1위인 5.54개를 기록하고 있다.
손민한과 루카스의 기록을 살펴보면 볼넷과 투구수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닝당 투구수와 9이닝당 볼넷 두 부문에서 손민한은 최소 1위, 루카스는 최다 1위에 올라 있다. 경제적인 투구에 있어 볼넷은 시쳇말로 쥐약이나 다름없다.
손민한의 피안타율은 2할5푼7리로 11위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최상위권은 아니다. 하지만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1.08로 3위, 순위권 꼭대기 부근에 위치해 있다. 안타는 이따금 허용하되 볼넷은 거의 내주지 않으며 출루를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양상문 LG 감독의 말에 손민한의 경제적 투구와 관련된 비밀이 숨어 있다. 양 감독은 "전에 (손)민한이에게 들은 얘긴데, 자기는 상대 타자가 약한 코스보다 강한 코스에 공을 던진다고 하더라"며 "그 코스로 치기 좋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스피드나 코스에 약간 변화를 줘 쳤을 때 범타가 되게 던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타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자신이 약한 코스의 공에는 방망이가 잘 나가지 않는다. 반면 좋아하는 코스에 공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게 돼 있다. 그렇게 손민한은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내 이른바 '맞혀잡는 피칭'으로 경기를 운영해 왔다.
22일 넥센전에서도 손민한은 77개의 공만 던지고 6.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수가 됐다. NC 벤치는 손민한의 나이와 몸상태를 고려해 투구수를 조절해주고 있지만, 손민한은 제한된 투구수로도 최대한의 이닝을 소화하며 NC 마운드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경기 후 손민한은 더 던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냐는 질문에 "감독님이 배려 차원에서 투구수, 이닝을 관리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더 던지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답했다. 손민한이 보여주고 있는 경제적 투구의 목적은 오로지 팀이 승리하는 것이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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