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출마를 고민하면서도 사임을 선언한 제프 블래터(79, 스위스) 현 회장에 대해서는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FIFA 명예 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화두는 이날 오전 전격 사임을 선언한 블래터 회장의 뒤를 이을 새 회장 선거에 나설지에 집중됐다. 블래터 회장이 최근 5선에 성공했으나 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사임했고, 오는 12월 또는 내년 3월 임시 총회에서 차기 FIFA 회장을 뽑아야 한다.
정 명예회장은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정하겠다. 국제 축구계의 여러 인사를 만나보고 의견을 경청 후 판단하겠다"라며 회장 선거 출마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출마를 신중하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선거는 현실의 문제다"라고 정리한 뒤 "FIFA에 몸담은 다양한 국가들의 축구협회가 있다. 그들과 만난 지 오래 됐다.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블래터 이후 다양한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부터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는 물론 블래터 세력으로 꼽히는 제롬 발케 현 사무총장까지 후보들로 꼽힌다. 특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는 2011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몫의 FIFA 부회장 선거에서 정 회장의 5선 도전을 막았던 인물이다.
아직 FIFA 내 친(親) 블래터 세력이 있다는 점도 정 명예회장의 행동을 주저하게 한다. 정 명예회장은 "지금 FIFA는 블래터 회장이 자리를 나눠 준 사람들이 많다. FIFA의 자금을 이용해 행사하면서 (집행위원회 내 집행위원들이) 블래터와 가까운 사람들로 메워진 것 같다. 패쇄적인 운영과 연고주의가 FIFA 부패의 원인이다"라며 쉽지 않은 도전임을 전했다.
블래터 회장과 30년 가까이 알고 지냈다는 정 명예회장은 "블래터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FIFA는 스스로 개혁을 할 힘이 없다. 블래터가 새 회장 선거 전까지 임기를 이어가겠다고 하던데 당장 직무에서 사퇴해야 한다. 발케 사무총장도 마찬가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회장 낙선 후 FIFA 총회에 가지 않았다는 정 명예회장은 "(블래터 측의) 공격거리가 되기 싫어서 (총회에) 가지 않았다. 각종 대회에는 가서 다양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답답한 부분은 블래터 회장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무서워하더라"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만약 정 명예회장이 FIFA 회장직에 도전하게 될 경우 AFC 집행위원에 선출되는 등 서서히 국제 축구계와 교류하고 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의 역할이 겹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명예회장은 "장, 단점이 있다고 본다. 정 회장의 경우 울산 현대 축구단 단장이나 프로축구연맹 총재 등을 오래 하지 않았느냐. 그 정도라면 (FIFA 부회장 되기 전의) 경력은 충분하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마지막으로 블래터 회장에 대해 안타까움을 다시 한 번 표현한 정 명예회장은 "블래터 회장과 솔직하게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었다. 집행위원회가 블래터의 잘못에 대해 바로 잡아주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블래터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능력이 없다. 축구 발전에 힘썼으니 명예롭게 은퇴를 했으면 하는 게 내 소망이다"라고 얘기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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