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나성용(27)은 자주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본다. 그의 휴대폰에는 팀 선배 정성훈, 박용택의 타격 장면이 동영상으로 저장돼 있다.
나성용은 지난달 22일 롯데전에서 1군에 등록되자마자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지난 2일 NC전에서는 동생 나성범과 '형제 동반 홈런'을 쏘아올리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9일 현재 나성용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2할9푼4리 2홈런 8타점.
나성용이 팀 선배 정성훈과 비슷한 타격폼을 갖고 있는 것에도 눈길이 쏠린다. NC전 나성범과의 동반 홈런도 공교롭게 정성훈에게 받은 방망이로 만들어 냈다. 여러모로 정성훈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은 나성용이다.
지난 9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수비 훈련을 마친 나성용이 덕아웃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있는 동안 정성훈이 배팅 훈련에 나섰다. 그러자 노찬엽 타격코치가 "성용아"라며 나성용을 다시 그라운드로 불러냈다. 그러고는 정성훈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다.
아무래도 타격폼이 비슷하다보니 옆에서 자세히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노 코치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지한 표정으로 선배의 훈련을 지켜본 나성용은 "분명 가까이에서 보는 것만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성용은 타격폼을 '따라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여러가지 연구 끝에 타격폼이 비슷해진 것이지, 일부러 따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성용은 "타격폼에 문제가 있어서 수정을 하는 과정에서 정성훈 선배님의 폼과 비슷해졌다"며 "원래 정성훈, 박용택 선배님들 타격폼을 보면서 연구를 많이 했다. 핸드폰 동영상으로 두 선배님들 타격 장면이 저장돼 있는데 자주 꺼내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실 나성용이 현재의 타격폼을 갖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바뀐 타격폼으로 실전에 나선 것은 한 달 반 정도 됐다. 아직은 완벽히 몸에 익은 타격폼이 아니라는 뜻. 그럼에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에 대해 나성용은 "지금까지는 운이 상당히 좋은 것 같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후배가 자신과 비슷한 폼으로 타격을 하는 것을 정성훈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성용 관련 질문에 정성훈은 특유의 심드렁한 말투로 "왜 따라하는 지 모르겠다"며 방망이를 선물한 것에 대해서도 "원래 후배들한테는 한 자루씩 준다"고 대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성훈은 은근히 후배들을 잘 챙기는 편이다.
이어 정성훈은 "(나성용이) 단점을 고치다보니 타격폼이 그렇게 됐다고 들었다"며 "내 타격폼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안 좋은 폼이다. 사람에 따라 맞는 폼이 다 따로 있다. 사람마다 신체구조나 힘이 다 다르지 않나. (나)성용이에게도 잘 맞을 수도, 안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성훈의 타격폼은 정석과는 거리가 멀다. 왼쪽 다리를 크게 들어올리고, 방망이를 쥔 두 손의 위치도 아래로 많이 떨어뜨린 뒤 타격을 한다. 자신의 몸에 맞는 타격폼을 몸에 익힌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폼을 갖게 된 후배에게 조언을 해줄 법도 하지만 정성훈은 "타격 코치님이 계신데 내가 할 말이 아니다"라며 정중히 입을 닫았다.
'정성훈 닮은꼴'로 타격에는 재능을 보이는 나성용이지만 현재 확실한 수비 포지션이 없어 지명타자 또는 대타로만 경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양상문 감독은 "타격에는 확실히 재능이 있다"며 나성용의 타격을 칭찬하면서도 "확실히 믿고 맡길 곳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원래 포수였던 나성용은 현재 외야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1군 경기에는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배들을 보며 방망이 실력을 키운 나성용이 향후 어떤 식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갈 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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