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브라운관이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다. 아니, 노을빛이라고 해야 옳을지 모르겠다. TV가 연예인들의 '썸'에 눈길을 돌렸다. 흔한 러브 버라이어티는 아니다. 풋풋함보다는 농익은 느낌이 강한 중년들의 사랑 이야기다.
불처럼 타오르는 사랑도 해봤고, 차갑게 식어버린 후의 이별도 맛봤다. 사랑의 단맛 쓴맛을 모두 아는 사람들, 그럼에도 다시 가슴 설레는 연애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다시금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흥미롭다.
올초 MBC는 12년 만에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부활시켰다. 이름하여 '천생연분 리턴즈'. 이휘재, 이특, 붐이 진행을 맡았고, 핫한 인기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2%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2개월 만에 종영됐다.
'천생연분 리턴즈'는 과거의 인기 포맷을 그대로 차용했다. 강산도 변하는 10년의 시간이 흘렀건만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그대로일 것이라 생각한 제작진의 판단오류다. 진짜같은 로맨스를 기대한 시청자들이라면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는 셈.
현재 방송중인 SBS '썸남썸녀'도 낮은 시청률에 고전 중이다. 3%대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썸남썸녀'는 김정난, 채정안, 심형탁, 강균성 등 결혼적령기를 넘긴 30대 중후반 스타들이 출연해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공감하며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프로그램. 완전히 솔직하기엔 다소 꺼려지고, 모든 걸 감추기엔 알 것 다 아는 스타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데 실패했다.
이런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준 프로그램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SBS '불타는 청춘'과 JTBC '님과함께2- 최고의 사랑'이다.
'불타는 청춘'은 '썸남썸녀'의 나이대를 한층 높였다. 금요일 밤 방송되는 '불타는 청춘'은 중견 스타들이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이 중에는 '돌싱(돌아온 싱글)'도 있고 평생 웨딩드레스-턱시도를 입어본 적 없는 노처녀, 노총각도 있다.
어느덧 연인보다 친구가 절실해진 중년의 스타들은 함께 추억의 게임을 즐기며 맘껏 웃음짓는다.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의 색다른 매력 발산 역시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 여기에 중년스타들의 '썸'이라는 색다른 발상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솔직하고 때론 대담한 입담 역시 큰 웃음을 자아낸다.
'공식커플' 강수지, 김국진 외에도 김도균, 김완선, 김혜선, 김일우, 양금석 등이 출연 중이다.
'불타는 청춘'이 '썸남썸녀'의 확장판이라면, '최고의 사랑'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연장선이다. '최고의 사랑'은 '만혼'을 설정한 두 가상커플의 이야기다. 시즌1의 '재혼커플' 김범수-안문숙이 또한번 출연하고, 장서희-윤건이 새롭게 합류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최고의 사랑'은 매회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은 3.848%를 기록하며 4주연속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우결'이 말 그대로 판타지라면 '최고의 사랑'은 리얼이다. '최고의 사랑'은 대리만족과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 셈이다. 취업은 물론 결혼까지 포기하는 '삼포세대'가 늘어나는 요즘, 만혼에 성공한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가상의 로맨스에 빠져들게 만든다. 더불어 알콩달콩한 신혼의 모습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맞춰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 현실감을 더했다.
이들은 서로의 감정에 솔직하게 표현하고, 19금 발언과 스킨십도 거침없다. 늦은 시간 TV앞에 앉은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리얼입담에 공감하고, 서로를 향해 드러내는 진짜 감정에 미소짓는다.
약간 늦된 연예인들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 프로그램의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현 세대를 가장 잘 포착한 기획이기 때문. 과연 중년의 '썸'은 요리, 육아, 음악예능과 함께 올 한해 트렌드 아이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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