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아우 말도 마세요. 머리 아파요."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은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팀 공격수 정대세의 일본 이적설에 고민이 깊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정대세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흥미롭게도 정대세는 지난 1일 울산 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에서 두 골을 넣으며 수원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카이오가 부상으로 재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원톱 요원인 정대세의 활약은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수원을 울리고 8강에 진출한 가시와 레이솔과 시미즈 S-펄스 등이 정대세 영입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구단 간 이적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정대세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이적료 없이 타 구단으로의 이적이 가능하다. 한 푼이라도 이적료를 건지려면 이번 여름에 정대세를 보내는 것이 수원 구단 입장에서는 낫다. 구단 운영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선수 판매를 통한 수익 확보가 우선이라는 시장 원리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정대세가 떠나면 후반기 수원의 공격진 운용에는 큰 고민이 생긴다. 스페인 말라가 동계훈련 당시 염기훈을 원톱으로 배치하는 등 다양한 포지션 소화로 적응력을 길렀다고는 하지만 장기전인 리그에서는 공격 옵션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적 시장에 나온 마땅한 원톱감도 없다. 신인 선수들은 아직 경기 출전 경험이 부족해 리그를 끌고 가기 어렵다.
정대세는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 어김없이 선발로 출전했다. 앞선 울산전에서 70분만 소화해 체력은 남아 있었다.
서 감독은 경기 전 정대세라는 이름이 나오자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저 "머리가 아프다"라는 말로 복잡한 심경의 모든 것을 정리했다.
이날 정대세는 전반 32분 이상호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 뒤로 돌아가며 터닝 슈팅으로 수원의 선제골을 넣었다. 2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6호골이다. 적은 움직임에서도 순간적인 재치로 얻어낸 결과였다. 수원이 1-0으로 이겨 정대세의 이 골은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수원 벤치는 환호했지만 서 감독은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원 관계자는 "구단도 고민이 많다. 일단 다음 주에 이적과 잔류의 결론이 나올 것 같다"라며 정대세의 거취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대세를 놓고 무엇이 팀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수원이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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