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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로 돌아가는 정대세, K리그에 남긴 것은?


경계인의 신분으로 선수 역할에 충실, 평화 메신저 가능성 남겨

[이성필기자] 자유인이자 경계인 정대세(31, 수원 삼성)는 2013년 3년 계약으로 수원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정대세의 입단은 수많은 화제를 모았다. 일본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온 할아버지의 고향은 경북 의성, 아버지는 한국 국적이면서 어머니는 조선적(朝鮮籍)이었다. 조선적은 일본이 외국인 등록 제도상 만든 적이다. 1945년 해방 이후 일본 거주 자이니치(재일동포) 중 남, 북한 어디의 국적도 취득하지 않고 일본에도 귀화하지 않은 이들에게 부여한 적이다.

이 때문에 정대세는 아버지를 따라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 국민이면서 일본에서는 외국인 등록증을 갖고 생활한다. 축구 기준으로 본다면 조총련계 학교에 다니고 어머니의 조선적 소유로 북한 여권이 있으면 해당국 대표가 가능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건을 충족한다. FIFA는 여권 소유 여부를 국적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북한 대표팀으로 본선을 경험하기도 했다.

북한 대표팀이면서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뛰었던 인물이 K리그를 누빈다는 것 자체는 큰 일이었다. 정대세의 신분을 놓고 온갖 해석이 쏟아졌다.

2013년 수원에 올 당시 정대세의 목표는 "남북 관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라며 호기롭게 등장했다. 당시 정대세는 독일 분데스리가 보훔을 거쳐 FC쾰른에서 있었지만 5경기 출전에 무득점에 그쳤다. K리그에서 통하겠느냐는 의문이 붙어 있었다.

그해 23경기 10골 2도움으로 체면치레는 했지만, 자신이 목표했던 15골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역시 28경기 7골 1도움으로 아쉬움만 남겼다.

그에게 변화가 온 것은 결혼과 함께 아들 태주의 탄생이었다. 가장이 된 그는 자신이 아닌 가족을 생각하는 축구로 마음을 바꿨다. 동계훈련 내내 말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프로그램을 소화했고 8일 전남 드래곤즈전까지 클래식에서만 6골 5도움을 했다.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FA컵을 포함하면 11골 9도움이다.

정대세는 자신의 특수한 신분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정대세는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 마음고생을 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북한 대표팀에서 뛸 당시 발언에 대해 한 단체가 문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해프닝을 겪었던 정대세는 "한국에 올 당시 일본과 북한 대표팀에서 뛰고 한국에서도 뛸 수 있는 존재는 없지 않으냐. (모두를 아우르는) 평화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고 싶어서 한국에 온 것도 있다"라며 자신의 어느 정도는 경계를 허문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을 내리깎는 글도 거의 보지 않는다. 그는 "인터넷 댓글은 보지 않는다. 100명 중 99명이 긍정적인 말을 해줘도 한 명이 부정적으로 말한다. 내 주변인들은 (내 신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배려해줘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자유롭게 K리그에서 뛴 것에 감사했다.

정대세의 존재를 통해 K리그에서도 얼마든지 '제2의 정대세'가 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일본에서 뛰는 자이니치 선수들의 신분 등에 대한 부담만 줄인다면 영입 대상을 넓게 볼 수 있다. 일단은 정대세가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수원과 연계 가능성이 있는 이충성(일본명 리 타다나리, 우라와 레즈)도 정대세와 비슷하다. 다만, 2004년 19세 한국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가 '반(半)쪽바리(일본인을 비하 하는 말)'라는 말에 충격을 받고 2007년 1일 일본 국적을 선택해 일본 A대표까지 올라서는 등 가는 길은 달랐다. 그러나 축구 선수라는 신분에는 변화가 없다.

정대세는 전남전 종료 후 "오늘로 수원은 내 고향이 됐다.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드리고 싶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신분이 아닌 실력을 본 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오는 12일 부산 아이파크 원정 경기가 K리그 최종전이다. 자이니치로 돌아가는 정대세가 작게나마 남긴 '평화의 상징'을 어떻게 키울지를 고민해야 하는 K리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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