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의미있는 전진'인가 그저 '어부지리'일 뿐인가.
LG 트윈스가 지긋지긋한 9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난 14일 KIA 타이거즈를 연장 끝에 제압하고 8위로 뛰어올랐다. 같은날 한화 이글스에게 끝내기 패배를 당한 롯데 자이언츠가 새로운 9위의 주인이 됐다.
LG가 9위 자리를 벗어난 것은 지난 5월3일 이후 무려 72일만이다. 두 달 넘게 변동이 없던 순위를 끌어올렸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LG의 최근 성적이 썩 좋지 않다는 점에서는 하위권 경쟁팀들의 부진에 따른 어부지리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반등 위한 의미있는 '한 걸음'
그동안 양상문 LG 감독은 "아무래도 순위를 한 단계라도 올라서면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9위 탈출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이제 7위 자리도 가시권이다. 15일 KIA와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KIA를 끌어내리고 7위가 될 수도 있다.
야구는 심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스포츠다. 순위싸움에서도 마찬가지다. 감독이나 선수들이 '5할 승률'을 강조하는 것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승률 5할이기 때문이다. 한 단계 씩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도 분명 선수들의 정신적인 면에 도움이 된다.
14일 KIA전은 경기 과정이 좋지는 못했다. 타선은 여전히 무기력했고, 2-1로 앞서던 9회말 투아웃에서는 루카스가 나지완에게 동점 솔로포를 허용했다. 하지만 연장 11회초 채은성이 결승 적시타를 때려냈고, 봉중근은 11회말 등판해 팀 승리를 지켜냈다.
결국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 중요하다. 승패 마진도 시즌 최악인 -11까지 내려갈 뻔한 상황에서 -9로 좁혔다. KIA와의 전반기 마지막 2경기를 잘 치러낸다면 후반기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일단 15일 KIA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 필요하다.
◆KIA·롯데 부진에 따른 결과, 스스로 경쟁력 갖춰야
8위가 됐지만 9위 롯데와의 승차는 없다. 한 경기만으로 다시 9위로 내려앉을 수 있는 상황. 사실 현재 순위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최근 LG의 성적을 살펴봐도 상승세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10경기에서 LG는 4승6패로 반타작도 못했다. LG가 8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롯데의 극심한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롯데는 6월 한 달 동안 6승15패로 부진하더니 7월 들어서도 3승7패에 그치고 있다.
KIA도 7월 들어 2승9패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못한(?) LG가 9위 자리를 박차고 올라 7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이유다.
LG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상대의 부진을 바탕으로 순위를 끌어올려봐야 하위권 팀들 가운데 높은 자리를 차지할 뿐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연승과 위닝 시리즈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LG의 약점은 타선에 있다. 팀 타율 9위(0.263)에 팀 득점권 타율 10위(0.235)다. 최근에는 잘나가던 4번타자 히메네스의 방망이까지 식었다. 전체적인 타선의 짜임새가 필요하다. 다행히 오지환이 다양한 타순을 소화하며 7월 타율 3할5푼7리(42타수 15안타)의 뜨거운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마운드는 희망적인 요소가 더 많다. 미운오리였던 루카스가 백조로 재탄생 한 것이 가장 큰 수확. 불펜의 핵 신재웅도 지난해 구위를 되찾았다. 소사가 최근 불안하지만 우규민, 류제국 등이 버티는 선발진은 탄탄한 편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5위 한화와의 승차는 여전히 7.5경기 차. 한화의 분위기를 보면 후반기 급격한 내리막을 걸을 것 같지도 않다. 1~4위는 더욱 굳건하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선 LG가 기적같이 달라진 면모를 보이는 방법 밖에 없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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