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표현과는 달리 대표팀 소집 첫날부터 극과 극의 훈련이 시작됐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로 소집됐다. 다음 달 1일부터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 엔트리 23명 중 17명이 이날 훈련에 참가했다.
리그 일정을 소화하고 온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은 훈련 중 도착해 코칭스태프에게 인사를 건넸다. 김주영(상하이 상강),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이날 저녁 늦게 합류했다. 29일 리그 경기 일정이 있는 김민혁, 김민우(이상 사간도스)와 정우영(빗셀 고베)은 30일 뒤늦게 합류할 예정이다.
훈련은 가볍게 시작됐다. 기본적인 피지컬 트레이닝으로 피로 회복에 집중했다. 선수들이 지친 몸을 최대한 풀기 위해 1시간 10분 정도 진행됐다.
26일 경기를 치렀던 선수들은 족구와 가벼운 볼터치로 회복 훈련을 했다. 이날 훈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족구였다. 김신욱(울산 현대), 김기희(전북 현대), 홍철(수원 삼성), 주세종(부산 아이파크)이 한 편이 되어 권창훈(수원 삼성), 이재성, 이주용(이상 전북 현대), 이종호(전남 드래곤즈) 팀을 상대했다.
심판은 신태용 코치였다. 신 코치는 이들에게 15점씩 3세트로 족구가 진행된다면서도 "경기 종료는 감독님이 끝내라고 할 때까지"라며 엄포를 놓았다. 코치인 자신은 심판이지만 종료 권한이 없다는 재치있는 발언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족구 경기는 불이 붙었다. 김신욱은 196㎝의 장신을 앞세워 위력적인 헤딩으로 상대의 서브를 받아쳤다. 그러자 상대팀 이재성은 현란한 시저스킥으로 네트를 넘겼다. 반칙 아니냐는 상대의 항의에 신 코치는 점수만 부르며 모른 척(?)했다.
1세트는 비교적 젊은 이재성이 속한 팀의 완승이었다. 2세트도 마찬가지였다. 이재성의 팀이 신장의 열세를 스피드와 기술로 완벽하게 메웠다.
족구를 하는 와중에도 선수들의 개인 기술이 뿜어져 나왔다. 이재성이 화려한 발재간으로 상대의 눈을 현혹했다. 이에 김신욱도 헤딩으로 맞받아치며 상대를 농락했다. 지나가던 김봉수 골키퍼 코치가 "신욱아! 너는 헤딩을 하면 파울이야"라며 족구에서 자신의 장점을 앞세운 기술을 자주 쓰는 것 같다고 장난스럽게 지적했다.
승부욕으로 무장된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족구 훈련에서도 감지된 것이다.
이들이 즐겁게 훈련을 하는 사이 반대편에서는 이정협(상무 상무),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가 굵은 땀을 흘리며 슈팅 훈련에 힘을 쏟았다.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족구 훈련을 보고 있던 슈틸리케 감독은 어느새 이동해 슈팅 훈련을 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날카롭게 지켜봤다.
땀 범벅이 된 이용재는 "A대표팀에 오면 체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그것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첫 훈련을 한 소감을 전했다. 요령을 피울 겨를도 없이 대표팀 소집 첫 날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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