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 정의윤은 26일 목동 넥센전을 잊을 수 없다. 트레이드 후 SK 유니폼을 입고 들어선 첫 타석. 정의윤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기분이 정말 묘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정의윤은 SK가 2-7로 따라붙은 6회초 2사 1, 2루에서 박정권의 대타로 첫 타석에 들어섰다. 팬들은 환호로 정의윤을 응원했다. 정의윤은 "새로운 느낌이었다. 10년이라는 세월을 무시할 수 없지 않나. 트레이드 뒤 첫 타석에 들어서는 느낌은 정말 남달랐다"고 돌아봤다.
첫 타석은 유격수 땅볼. 정의윤은 "브라운의 적시타로 따라붙는 분위기였는데, 내가 찬스를 못 살렸다"면서 아쉬워했다.
6회말부터 우익수로 나선 정의윤은 점수 차가 3-11로 벌어진 8회초 2사 1, 2루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았다. 정의윤은 넥센 구원투수 김대우의 낮은 슬라이더를 툭 밀어쳐 우전 적시타를 때렸다. 이날 SK의 마지막 득점이었다.
첫 경기에서 적시타를 하나 때렸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이 아닐까. 정의윤은 "첫 타석에서 결과를 내야 했다. 적시타는 이미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에서 나왔다. 큰 의미 없는 점수였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2005년 부산고 졸업 후 2차 1라운드로 LG에 입단한 정의윤은 1군 통산 73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1리 31홈런 233타점 205득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은 32경기에서 타율 2할5푼8리 7타점에 그쳤다.
정의윤은 "그동안 대타를 나가도 승부가 결정된 상황일 때가 많았다. 또는 부상 선수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팀을 옮기고 입지가 훨씬 넓어졌다. 김용희 SK 감독은 "정의윤에게 장타력을 기대한다. 그동안 경기 후반에 낼 대타 카드가 부족해 역전이 어려웠는데, 정의윤을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정의윤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니 자신감도 커졌다. 선수에게는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 김용희 감독님께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김강민과 이명기, 브라운, 조동화 등이 버티고 있는 SK 외야에서 자리를 잡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나 든든한 동료가 있어 경쟁마저 즐겁다. 정의윤은 "(김)강민이 형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다 '수비 위치는 걱정하지 마라. 공이 빠져도 상관없으니까 편하게 해'라는 형의 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내 야구를 마음껏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적은 정의윤의 승리욕을 깨웠다. 정의윤은 "이제 이를 악물고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SK에서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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