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NC 다이노스의 에릭 해커(32)는 활약에 비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성적을 살펴보면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커는 10일 현재 13승4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22경기에 등판해 남긴 성적이다. NC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해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 시즌 선발 투수들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아온 양현종(KIA), 유희관(두산)과 비교해도 부족할 것이 없는 해커다. 13승은 유희관(15승)에 이은 전체 2위, 2.83의 평균자책점 역시 양현종(2.49) 다음으로 낮다.
세부 지표는 더욱 훌륭하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피안타율, 퀄리티스타트 부문에서 모두 리그 1위다. WHIP는 1.01로 이닝 당 1명 밖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고 있으며, 피안타율은 2할2푼4리로 타자로 치면 멘도사라인 급이다.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기록이 놀랍다. 해커는 총 18차례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다. 22경기에 등판해 그 중 4차례를 빼놓고는 매번 선발 투수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다했다는 뜻이다. 81.8%에 이른는 퀄리티스타트 확률이다.
지난 6월7일 삼성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것을 시작으로 벌써 11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그 사이 해커는 7승(2패)을 추가하며 한국 무대 데뷔 3시즌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해커는 최근 NC가 7연승을 질주하며 5연패의 충격을 씻어내는 과정에서 에이스의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지난 2일 넥센전에서는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2연승을 이끌었고, 8일 KIA전에서 역시 7이닝 무실점(11탈삼진) 역투로 승리를 따내며 7연승을 완성시켰다.
해커의 맹활약이 의미있는 이유는 NC 유니폼을 벗을 수도 있는 위기를 딛고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는 데 있다. 해커는 입단 첫 해였던 2013년 4승11패(평균자책점 3.63)의 성적에 그쳤다. 평균자책점이 낮았고,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고는 해도 외국인 선수로서 결코 구단을 만족시킬 수 없는 성적이었다.
지난해 역시 해커는 6월 중순까지 8연승(무패)을 달렸지만 이후 승수 추가 없이 8연패를 당하며 8승8패 평균자책점 4.01로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NC는 해커와 올 시즌 역시 함께하기로 결정, 재계약을 제시했다.
해커를 두고 김경문 감독은 "작년까지 성적만 놓고 보면 (올 시즌 퇴출된) 찰리가 아니라 해커가 나갔어야 했다"며 "그런데 해커는 선수들과 융화도 잘 됐고, 스스로 한국 무대에서 더 잘하려는 자세가 돼 있었다. 아이도 한국에서 낳지 않았나. 그런 점이 감독으로서 고맙다"고 칭찬의 말을 전했다.
올 시즌 NC는 지난해까지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찰리의 중도 퇴출, 이재학의 부진 등이 겹치며 선발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반기 들어서는 전반기까지 좋은 활약을 보인 베테랑 손민한까지 불펜으로 돌린 상태. 그럼에도 NC는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해커의 존재감이 크다. 리그 전체적으로는 다른 선발 투수들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NC 팀 내에서만큼은 해커가 어떤 역할을 해주고 있는 지 잘 알고 있다. 김경문 감독도 "해커가 잘해주고 있는 덕분에 우리가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 있다"고 말 할 정도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