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풍부한 경험을 앞세운 국내 최고 가드 양동근(울산 모비스) 앞에서 허훈(연세대학교)이 좋은 공부를 했다.
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울산 모비스-연세대학교의 8강전이 열렸다.
이날 경기는 다양한 관전포인트가 있었다. 아마 연세대가 프로 최강 모비스를 넘을 수 있느냐가 첫 번째였다. 라이벌 고려대가 4강에 먼저 진출해 연세대에는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또 하나, 프로 경험이 풍부한 양동근과 허재 전 전주 KCC 감독의 차남 허훈이 맞대결을 벌인 것이다. 허훈은 지난 18일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25득점 7도움, 5가로채기의 빼어난 활약으로로 96-84 승리를 이끌었다. SK가 시즌 준비 중인데다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렀다고는 하지만 김민수, 이동준, 이승준, 박승리 등 혼혈 선수를 대거 내세웠다는 점에서 허훈의 활약과 연세대의 승리는 나름대로 가치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날 모비스전 활약도 기대가 됐다. SK전에서는 허재의 아들에 걸맞게 허훈이라는 이름 두 자를 확실히 남겼기 때문에 모비스전에서 연속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다.
연세대 은희석 감독은 "허훈은 상당히 밝은 친구다. 허재의 아들이라는 부담감이 있을 텐데도 낙천적인 성격으로 인해 문제없이 잘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부임 후 올해까지 지켜보면서 정말 좋아졌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날 허훈은 1쿼터부터 거침없이 코트를 휘저었다. 허훈이 좌우로 열어주는 볼배급에 맞춰 최준용의 득점이 이어졌다. 점수가 벌어지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을 투입했다. 그 사이 관중석에는 허재 전 감독이 등장해 조용히 아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양동근의 초반 출발은 좋지 않았다. 득점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2쿼터까지 허훈은 16득점 5리바운드 2도움을 해내며 연세대가 48-33으로 앞서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체력이 문제였다.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자신이 막아야 하는 양동근을 놓쳤다. 노련한 양동근은 3쿼터에만 6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동료들과 약속된 플레이를 해냈다. 힘을 비축하며 연세대의 플레이가 투박해지기를 기다린 노련함이 있었다.
작전 시간을 요청한 은희석 감독은 허훈에게 플레이에 집중하기를 바랐다. 양동근은 허훈 앞에서 노련한 움직임으로 여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물론 허훈도 속공에서 직접 골밑을 돌파해 득점에 성공하는 등 과감한 모습을 유지했다.
4쿼터에서 양동근의 진가가 나왔다. 시작하자마자 3점슛을 꽂아넣었다. 가로채기까지 해내며 함지훈의 득점에 도움으로 기여했다. 순식간에 점수는 69-66으로 뒤집혔다. 허훈은 테크니컬 파울로 얻은 자유투 기회를 날렸지만, 종료 4분을 남기고 3점슛을 넣으며 대범함을 보여줬다.
그래도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양동근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양동근은 종료 5.1초를 남기고 77-78에서 과감한 골밑 돌파로 득점을 올렸다. 승부처에서 빛나는 능력은 여전했다.
경기는 79-78 모비스의 승리로 끝났다. 양동근은 초반 난조에도 12득점 5리바운드 9도움을 해냈다. 허훈도 23득점 8리바운드 7도움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능력 발휘를 했다. 한 경기 승부 이상으로 재미있었던, KBL의 현재와 미래의 흥미로운 겨루기였다.
조이뉴스24 잠실=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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