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결국 운이다. 와서 터지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미국 가서 더 잘 하는 경우도 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복이 무척 없는 인물이다. 모두 5명의 투수와 타자가 두산 유니폼을 입었거나 입고 있지만 이들 중 출발 당시의 기대에 부응해준 선수는 아직 없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이런저런 부상에 시달리며 14경기 등판에 그쳤고, 퇴출된 마야의 대체 투수 스와잭 또한 최근 살아나고 있지만 100% 신뢰를 되찾은 건 아니다. 큰 기대를 걸고 영입한 뒤 일찌감치 짐을 싼 오른손 타자 루츠를 대신한 로메로 또한 위압감 있는 타격과는 거리가 멀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불가항력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25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용병은 결국 운이다. 큰 기대를 모으고 온 선수가 퍼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한국에서 실패한 뒤 미국에 돌아가서 터지는 선수도 있다"며 "용병의 성공 여부를 미리 예측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잘 되는) 때를 잘 만나야 한다. 구단 스카우트팀이 아무나 선수를 뽑지는 않다. 다각도로 검토해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에 미국까지 가서 선수들을 데려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 팀에서 안 되는 선수가 트레이드 후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될 때가 있지 않나.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KBO리그에는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여럿 눈에 띈다. 특히 피가로·클로이드(이상 삼성), 린드블럼·레일리·아두치(이상 롯데) 등 올 시즌 처음 한국무대를 밟은 선수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밴헤켄(넥센). 필(KIA), 해커·테임즈(이상 NC) 등 KBO경력 2년 이상 된 선수들도 여전하다.
25일 현재 승률 5할5푼5리(61승49패)를 기록한 두산이 외국인 선수들의 도움을 더 받았더라면 성적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평이 많다. 감독 부임 첫 해인 김 감독으로선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을 터.
그러나 김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초연한 반응을 나타냈다. "니퍼트도 전성기 때 상대한 한국 타자들과 지금 상대하는 타자들의 수준이 크게 다르다고 느낄 것"이라는 그는 "타자들의 대처 능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특히 요즘은 감독들이 하위타순에서도 웨이팅사인을 잘 안 내는 분위기다. 좋은 공이 오면 타순에 관계 없이 치라는 지시가 많다"며 "상대하는 투수들로서는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피해갈 타순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용병복' 못보는 처지여서인지 요즘 KBO리그 최고 화제인 한화의 대체용병 로저스 얘기가 나오자 김 감독은 연신 칭찬을 쏟아냈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던지는 구질 모두가 정말 대단하다. 공 하나하나가 뻥뻥 터질 정도"라며 부러움 섞인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다.
마침 두산은 주말인 오는 29∼30일 한화와 잠실에서 2연전이 예정돼 있다. 두산은 아직 로저스와 맞붙은 경험이 없다. 로테이션상 로저스의 등판일을 비켜갈 수 있지만 이날 롯데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요즘 가장 '핫'한 투수인 로저스를 피하고 싶은 건 모든 감독의 바람일 것이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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