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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공포감 안고 시작, 연기 자신감 얻었죠"(인터뷰①)


'여자를 울려' 종영 "인내하고 해탈하는 법 배웠죠"

[이미영기자] 김정은이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하던 배우였던가. 열혈 아줌마부터 절절한 모성애 연기, 몸 사리지 않는 액션에 치열한 멜로까지 소화했다. 한때는 '로코여왕'으로 불렸던 김정은의 변신은, 그래서 더 놀라웠다. 3년 만의 안방 컴백은, 성공적이었다.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의 김정은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덕인으로 살았던 지난 4개월, 종방연을 마치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여자를 울려' 마지막회는 자체최고시청률 25.2%(TNmS 수도권 기준)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 속에서 종영했다. 김정은은 시청률 이야기를 꺼내며 "현장의 사기와 관련 있는 부분이다. 저는 내심 연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딜을 하며 포상 휴가에 대한 작전도 짜고 있었다"고 웃으며 "MBC에서 포상휴가를 줘서 함께 여행을 가게 됐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행복한 선물이다"고 현장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시청률은 부수적인 것일 뿐, 김정은에게 '여자를 울려'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3년 만의 복귀작에서 김정은은 덕인이라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

덕인은 전직 강력반 여형사 출신으로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으로 직장도 그만두고 아들이 다니던 학교 앞에서 간이식당을 하면서 아들의 기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인물.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실체들과 힘겨운 용서의 과정을 거쳐 치유해 가는 모습을 연기했다.

그간 김정은이 주로 연기했던 밝고 사랑스러운 인물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인물. 김정은 스스로도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의아했다고 털어놨다. 본격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내내 고민을 했다.

"처음 시놉을 받았을 때 이런 역이 다있나 싶었어요. 내 자식이 죽게 만든 아이의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처음에는 궁금해서 만났어요. 감독님에게 '왜 저를 캐스팅 했냐'고 물었더니 어두운 역할이기 때문에 밝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 하셨대요. 하기로 결정을 하고 나서는 발목이 잡혔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괴로운 나날을 보냈어요. 기존에 한 어두운 인물들은 밝고 독특한 캐릭터로 시작해 슬픔이 생기고 성장하는 루트를 밟았는데, 이번에는 심하게 아픈 역할이었어요. 덕인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는 날 어떨까, 공포를 안고 시작했죠."

촬영에 들어가기 전 덕인에 대해 마음을 열었고 또 덕인을 이해했다. 그럼에도 촬영을 하면서 순간순간 벽에 부딪혔다고 토로했다. "덕인이 답답해하고, 해결을 할 수 없는 일에 부닥치면서 멘탈이 괴로워진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주먹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 속으로 욕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되풀이 되는 갈등과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덕인의 이야기. 아들을 둘러싼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는 것도, 진우(송창의 분)와의 사랑도 그 어느 하나 쉬이 풀리는 것이 없었다. 김정은은 시청자들의 답답한 마음도 이해가 됐다고 했다.

"저 역시 덕인이 힘들면 같이 힘들어졌어요. 시청자들이 답답해하는 걸 저도 잘 알죠. 송창의를 사랑할 때는 함께 사랑하고, 또 함께 힘들어하고. 시청자들은 제 감정을 따라오잖아요. 많이 답답하는 걸 알면서 '참자, 버티자' 이런 기분으로 머물렀어요."

결말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덕인은 자신을 괴롭혔던 모든 존재들을 용서하고, 진우와도 결혼했다. 40부작까지 달려오면서 덕인은 용서의 아이콘이 됐다.

"완벽한 용서를 시청자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죠. 마지막 내레이션에 '용서를 하고 있다'고 하잖아요. 진우(송창의)를 선택했든 아니든 덕인이 죄책감으로 떠안은 무게는 평생 이어지지 않을까요.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어요. 쉽게 결론을 낼 수 없겠지만 확실한 건 '엄마란 뭘까' 많이 생각해 보게끔 던진 것 같아요. 자식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이 있지만, 엄마라는 큰 존재감과 엄마의 위대함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엄마를 울려'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지만, 김정은의 연기는 이견이 없을 만큼 호평이 쏟아졌다. 연기를 한지 20여년이나 됐지만, 김정은에게도 이번 작품은 큰 숙제였고, 겁이 났다고 털어놨다. 겉으로 담담한 척 했지만 말이다. '여자를 울려'를 성공적으로 마친 지금, 연기자로 성장하고 내면은 성숙해졌다.

"덕인은 뭔가 걸러지는 것 없이 다 드러내고 연기를 했잖아요. 지르고 오열하고. 오디션 무대에서 검증 받는 느낌이었어요. 이 드라마를 통해 잘 인내하고 해탈한 것 같아요. '바람 핀 남자도 용서할 수 있구나' 모든 사람들을 다 용서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아요. 김정은은 그렇게 못하지만 덕인은 다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화면에 추한건 많이 안 나왔지만 오열 신에서 정말 콧물, 개거품 다 나왔어요. '그래도 여배우인데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죠. 탈진이 되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주변 스태프들이 다 울고 있더라고요. 내가 나 자신을 버렸을 때 좋아해주면 감동이죠. '여자를 울려'는 정말 솔직하게 다가갔고, 제게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 작품이예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지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버리는 게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좋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여자를 울려'로 반가운 컴백을 알린 김정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다. 김정은은 "정말 원없이 놀고 싶다"고 웃었다. 우선 '여자를 울려' 배우들과 함께 베트남 다낭으로 포상 휴가를 다녀올 예정. 김정은은 "그래도 다음 작품까지 3년은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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