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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재도약 이끄는 3인의 왼손 릴리버


진야곱·함덕주·이현승 '新 필승라인' 발돋움…불펜 안정화 1등공신

[김형태기자] 2위 NC 다이노스와 다시 2.5경기차. 최근 7경기서 6승1패 상승세를 탄 두산 베어스에 플레이오프 직행의 희망이 되살아났다. 연일 경기 후반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서 알토란 같은 승리를 따내면서 선수단 전체의 자신감도 배가된 상태다.

두산의 재도약 뒤에는 한결 탄탄해진 불펜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올 시즌 두산 마운드의 '대세'로 자리 잡은 왼손 투수들이 불펜에서도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미들릴리버 진야곱에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 입지를 굳힌 함덕주, 그리고 믿음직스런 클로저로 발돋움한 이현승이 그들이다.

팀 사정상 후반기부터 불펜투수로 전환한 진야곱은 코칭스태프의 의도에 충실히 부응하고 있다. 다소 기복있는 모습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지만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가면 경기 초·중반 등판해 후반까지 브릿지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상황에 따라 한 타자만 상대할 때도 있지만 3이닝 정도까지도 소화하며 팀이 반등할 때까지 마운드를 지켜주는 역할이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앞세워 초반 달구어진 상대 타선을 차갑게 식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5경기에 등판한 진야곱은 시즌 5승7패 평균자책점 5.98을 기록했다. 그러나 구원투수로 전업한 뒤인 8월 한 달간 15경기(15이닝)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WHIP 1.20으로 시즌 기록(1.68)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 전날인 2일 잠실 SK전에선 4-3으로 앞선 6회초 등판, 동점을 허용했지만 추가점을 주지 않으면서 2이닝 1실점을 기록,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기본적으로 공이 빠르고 왼손타자에게 강해 활용폭이 넓은 편이다.

함덕주는 두산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즌 초반 구단 안팎의 큰 기대에 다소 부담을 느낀 듯 부진했던 그는 후반기 들어 리그 최고의 구원요원 중 하나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후반기 21경기에서만 4승1패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23.1이닝 동안 삼진을 32개나 잡았다. 피안타율이 2할2리에 불과하다. 역동적인 투구품에 이어 뿜어져 나오는 회초리 같은 강속구가 전매특허다.

특히 오른손타자 바깥쪽 낮게 빨려들어가는 패스트볼은 알고도 못칠 정도로 구위와 제구가 완벽하다. 함덕주는 "시즌 초반 왼손스페셜리스트로 나설 때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굳었다. 이제는 1이닝 정도를 책임질 수 있게 되면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며 호투의 비결을 밝히고 있다. 1일 잠실 SK전에서도 그는 6-4로 앞선 8회 등판, 3타자를 상대로 볼넷 1개만 내주고 무안타로 틀어막았다. 실점은 1개 있었지만 수비 실책으로 인한 비자책이었다.

올 시즌 가장 탁월했던 두산 벤치의 선택 중 하나가 이현승의 시즌 중반 마무리 보직 이동이다. 시즌 초반부터 골머리를 앓게 한 클로저로 이현승이 자리를 굳히면서 경기 후반이 몰라보게 안정됐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를 보유하지는 못했지만 이현승은 풍부한 경험과 능수능란한 수싸움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낸다. 특히 시즌 33.1이닝 동안 볼넷을 9개만 허용할 만큼 탁월한 제구력이 강점이다. 이현승은 마무리 전업 며칠 뒤인 지난달 7일 잠실 넥센전서 크게 혼쭐이 났다.

당시 팀이 14-5로 크게 이기고 있던 9회초 '뭄풀기 차원'에서 등판한 그는 경기를 마칠 때까지 무려 6안타를 얻어맞고 5실점했다. 넉넉하게 벌어놓은 점수가 있어 두산은 14-10으로 승리했지만 그는 경기 뒤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경기는 이현승 투구의 전환점이 됐다. 당시 다소 쉽게 타자들을 잡으려다 크게 낭패를 볼 뻔했던 그는 이후 등판하는 경기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이후 나선 9경기(11.2이닝) 동안 1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0.77의 특급성적을 올린 게 증거다. 지난달 19일 잠실 삼성전서 4-5로 뒤진 8회 1사 뒤 등판, 1실점했을 뿐 한 번도 점수를 주지 않았다. 2일 잠실 SK전에서도 6-5로 앞선 8회 2사 뒤 등판, 1.1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시즌 12세이브째를 기록했다. 두산의 4연승을 확정하는 세이브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투수진 문제로 고민하던 지난달 20일 "잘 해왔던 선수들을 중용할 생각이다. 오른손, 왼손 타자에 구애받지 않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왼손투수들을 줄줄이 내보내 리드를 끝까지 지켜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그의 구상은 제대로 적중하고 있다. 진야곱-함덕주-이현승으로 구성된 불펜의 왼손 트리오가 자리를 잡으면서 마운드가 몰라보게 안정됐다. 2일 현재 두산 투수진 13명 가운데 왼손투수는 절반이 넘는 7명. 유희관-장원준-허준혁-이현호의 선발진에 3인의 왼손 불펜투수가 포진해 있다. '좌완 천하'인 선발로테이션에 이어 불펜에서도 왼손 3인방이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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