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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라"…이현승 각성시킨 김태형의 한 마디


[김형태기자] 1승5세이브 평균자책점 0.71. 12.2이닝 탈삼진 15개 볼넷 3개.

이현승(두산 베어스)의 최근 10경기 성적이다. 두산이 이 기간 중 8승2패, 최근 시즌 최다 5연승을 거둔 큰 요인 중 하나가 '자물쇠'처럼 뒷문을 걸어잠그는 이현승의 투구에 있다.

지난 6월18일 대구 삼성전부터 팀의 클로저로 자리를 옮겼다. 구단 주위에선 일말의 불안감이 없었던 건 아니다. 구위로 '찍어누르는' 유형이 아닌 탓에 위기가 닥치면 헤쳐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현승은 안정된 제구와 강약을 조절하는 투구템포로 팀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마무리 전업 후 2달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12세이브를 거두며 두산의 고질적인 '뒷문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지난달 7일 잠실 넥센전에선 14-5로 크게 앞선 9회초 등판, 무려 5실점하며 혼쭐이 나기도 했다. 이현승은 "가벼운 마움으로 쉽게 아웃카운트를 잡으려했던 것 같다"며 "그 경기에서 배운 게 참 많다"고 했다.

정신없이 얻어맞던 이현승이 각성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김태형 감독의 한 마디였다.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계속 얻어맞자 감독님이 마운드로 올라오셨다. 그러면서 한 마디 하셨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그는 "긴 말도 아니었다. (잔뜩 굳은 얼굴로) '네가 마무리해라'는 말 뿐이었다"며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한 말이었다. 그 때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기든 지든 마무리인 너한테 맡길테니 알아서 해라'는 주문이었다. 승리를 지키면 당연한 것이고, 리드를 날리면 그것도 네 책임'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김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주문(?)에 정신이 번쩍 든 이현승은 다행히 14-10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후 그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그는 "당시 넥센전의 경험이 나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 같다"며 "이전에는 쉽게쉽게 아웃을 잡으려고 했는데 이제는 타자 하나하나를 상대할 때마다 집중해서 던진다"고 했다.

마무리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지만 그는 참 부담스러운 자리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실 나는 마무리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내 공 하나하나에 승리와 패배가 오간다고 하니 심적으로 견디기 어려울 때도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두산의 팀 사정상 이현승 외의 마무리를 고려할 상황은 아니다. 9회에 등판해 그처럼 안정적인 투구를 하는 투수를 최근 몇 년간 보유해본 경험이 없다. 요즘같은 모습이라면 다음 시즌에도 클로저를 교체할 이유가 없다.

그도 계속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쨌든 나를 믿고 맡겨주시는 점에 감사하다. 힘 닿는데까지 힘껏 던져보겠다"며 "올해 우리팀 전력이 좋다. 아직 우승반지가 없는데, 올해는 꼭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을 하고 싶다"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9회가 아닌 8회 도중에도 이현승을 내보내는 건 이기고 싶기 때문"이라며 "이현승이 마무리를 맡으면서 불펜이 여러모로 안정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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