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오랜만에 짜릿한 드라마를 연출하며 홈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9위에 머물고 있는 LG에게 한 가닥 희망의 빛을 안겨준 승리였다.
LG는 지난 8일 한화 이글스와 올 시즌 최장 시간인 5시간25분 동안 혈투를 벌였다. 그 결과는 연장 12회말 터진 박지규의 끝내기 안타에 의한 LG의 8-7 역전 승리.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화에게는 뼈아픈 역전패였다.
LG의 패색이 짙은 경기였다. LG는 선발 류제국이 초반 난조를 보이며 1회초 4점, 2회초 1점을 빼앗겨 0-5로 끌려갔다. 조금씩 따라붙었지만 7회까지 3-7로 뒤지며 역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평소의 LG라면 그대로 허무한 패배로 막을 내렸을 승부. 그러나 이날 LG는 달랐다. 8회말 안타 3개로 한 점을 내 4-7을 만들더니 9회말 집중력을 발휘하며 3득점, 7-7 동점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결국 연장 12회말 짜릿한 끝내기 승리가 만들어졌다.
◆끈질김
LG의 끈질김이 눈에 띈 경기였다. 이날 LG 선수들은 쉽게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초반 대량실점에 상대 선발은 '괴물'로 불리는 로저스였지만 LG 타자들은 착실히 추격하는 점수를 뽑았다.
4-7, 3점 차로 뒤지던 9회말. 선두타자 채은성이 얼굴 근처로 날아오는 로저스의 공을 피하지 않고 어깨에 맞아 출루했다. 1루로 씩씩하게 뛰어나간 채은성은 고통을 호소하며 대주자 박지규와 교체됐다.
상대의 도움(?)도 있었다. 양석환의 평범한 뜬공을 한화 1루수 권용관이 잡지 못하며 주자가 쌓인 것. 이후 LG는 박용택의 중전 적시타로 또 5-7을 만든 뒤 상대 폭투와 볼넷 3개를 침착히 얻어내며 7-7 동점을 만들었다. 흔들리고 있던 박정진을 상대로 성급하게 방망이를 내지 않고 차분히 볼을 골라낸 것이 승인이었다.
연장전에 돌입한 승부. LG는 무승부로 끝날 것 같던 12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기어이 승리를 손에 넣었다. 선두타자 히메네스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오지환이 좌전안타를 때린 뒤 2루 도루에 성공,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장준원이 삼진을 당해 투아웃이 된 다음 박지규가 집중력을 발휘해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신예들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신예들의 활약이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부터가 차세대 2루수 박지규였다.
불펜에서는 이승현의 역투가 빛났다. 이승현은 5회초 2-7로 점수 차가 벌어지자 2사 1,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는 선제 적시타를 터뜨린, 최근 타격감이 좋은 좌타자 김경언.
이승현은 득점권 위기에서도 배짱있는 투구로 김경언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추가실점을 막았다. 이어 6회초에는 한화의 중심타선인 김태균-이성열-정현석을 삼자범퇴시켰다. 7회초가 압권. 이승현은 강경학-권용관-조인성을 모조리 삼진으로 요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이승현이 중간에서 2.1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것이 LG의 대역전승으로 향하는 발판 역할을 했다. 이승현은 최고 시속 150㎞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투수. 양상문 감독이 미래 LG의 마운드를 이끌 자원으로 꼽는 대표적인 선수다.
포수 김재성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김재성은 9회초부터 대수비로 투입돼 안정적인 투수 리드로 9회부터 12회까지 4이닝 무실점을 이끌었다. 특히 10회초에는 정근우의 도루를 정확한 2루 송구로 잡아내며 경기 분위기를 LG 쪽으로 가져왔다.
김재성은 9월 확대 엔트리가 시행되며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 올 시즌 덕수고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한 신인이다. 김재성 역시 차세대 LG의 안방마님으로 꼽힌다.
◆불펜
지난해까지 LG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력한 불펜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LG의 불펜은 그 위용을 잃은 감이 컸다. 든든한 마무리로 활약했던 봉중근까지 선발로 전업한 상태다.
그러나 이날 한화전은 불펜 재건에 대한 희망이 나타났다. 선발 류제국이 2이닝 동안 5실점하고 내려갔지만, 불펜진이 나머지 10이닝을 2실점으로 틀어막은 것. 특히 6회부터 12회까지 7이닝은 무실점 완벽 계투를 선보였다.
먼저 사이드암 김선규는 류제국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선규는 이날 1군 엔트리에 복귀,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좌우 밸런스도 좋았다. 두 좌완 윤지웅과 진해수는 나란히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세 명의 우완 이승현, 이동현, 임정우도 각각 2.1이닝, 1.1이닝, 1.2이닝 동안 실점하지 않았다. 신승현이 홀로 1이닝 2실점한 것이 옥에 티.
이날 등판한 불펜 투수들은 모두 내년 시즌 LG 불펜의 주축이 돼야 할 자원들이다. 불펜이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LG에 있어 큰 희망 요소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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