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안방마님' 강민호는 마음이 답답했다.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린 두산 베어스와 주중 3연전을 앞두고 오른쪽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 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던 자리다. 매번 탈이 나는 건 아니지만 지난 1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팔쪽 어딘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날 2안타를 쳤으나 경기 도중 교체됐다. 팔꿈치 쪽이 부어올랐기 때문이다. 강민호를 대신해 안중열이 6회초 수비부터 마스크를 썼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강민호의 몸상태를 확인하고 휴식시간을 주기로 했다. 이런 이유로 두산과 3연전 동안 강민호는 벤치에 있었다. 3연전 마지막날인 17일 대타로 한 타석에만 나왔다.
치열한 5위 경쟁을 하고 있는 롯데에게 두산과 이번 3연전 결과는 중요했다. 17일 두산전에서 0-13으로 지긴 했지만 롯데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고 부산으로 떠났다. 앞선 15, 16일 경기를 모두 이겨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강민호를 대신해 선발 마스크를 쓴 안중열은 롯데가 승리를 거둔 두 경기에서 짭짤한 활약을 했다. 당초 강민호가 빠지면서 가장 우려된 부분은 공격력이다. 강민호는 올 시즌 현재(17일 기준) 113경기에 나와 타율 3할1푼4리 31홈런 81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런 강민호가 빠졌기 때문에 이 감독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안중열이 두산전에서 안정된 투수 리드뿐 아니라 타석에서도 제몫을 했다. 하위타순인 8번타자로 나왔지만 고비마다 안타를 쳐 주자를 불러들였다. 안중열은 2승을 거둔 두 경기서 8타수 3안타 5타점을 기록하며 강민호가 빠진 자리를 잘 메웠다.
강민호는 그런 후배가 뿌듯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만 하다. 그는 "걱정도 됐었지만 (안)중열이가 잘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강민호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대신 덕아웃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했다. 팀이 경기를 치르는 동안 그라운드에서 뛰는 동료들을 응원했다. 안타나 호수비가 나오면 누구보다 더 큰 목소리를 냈고 세리머니도 평소보다 동작을 크게 했다.
강민호는 "농담삼아 '팀이 잘하기 위해선 내가 계속 빠져야겠다'고 했는데 그 정도로 현재 팀 분위기가 좋다"고 웃었다. 그는 "순위 경쟁 때문에 매경기 더 집중하고 치열하게 경기를 하고 있는데 내가 빠져있어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며 "중열이도 그렇고 묵묵히 뒤를 받치고 있는 김준태(포수)에게도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전했다.
두산에게 덜미를 잡혔던 17일 경기. 롯데와 함께 5위 경쟁을 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도 공교롭게 모두 패했다. 4팀의 경기 차는 그대로 유지됐다. 롯데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강민호는 "우리팀이 현재 5위에 있지만 어떤 팀이 마지막에 5위에 자리할지 모른다"며 "다른 생각하지 않고 매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경기에 출전하지 않더라도 기를 불어넣겠다. 동료들과 함께 꼭 '가을야구'에 참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18일 사직구장에서 SK를 만난다. 5위 경쟁에서 또 한 번 중요한 고비다. 강민호가 마스크를 쓰지 않더라도 안중열이라는 든든한 백업요원이 있다. 강민호도 타격은 가능한 상태다. 17일 두산전 패배로 상승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다시 승수를 쌓아야 한다. 그래야 '가을야구'행 티켓을 손에 넣을 가능성이 커진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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