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6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스포츠 중재재판소(CAS) 제소를 시사했다.
정 명예회장은 8일 성명서를 내고 FIFA 윤리위원회의 6년 자격정지 징계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지만 FIFA의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실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커다란 실망을 느낀다"라며 강한 대응을 예고했다.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정 명예회장은 지난 2022 월드컵 유치전 과정에서 투표권을 지닌 각국 위원들을 상대로 국제축구기금 조성에 대한 서한을 보냈다. 이를 두고 윤리위는 규정 위반이라며 재조사에 착수했고 이날 징계를 결정했다.
징계 움직임에 격분한 정 명예회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FIFA는 제프 블라터 회장의 살인청부업자다"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징계 결정 후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 명예회장은 "블라터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FIFA) 회장, 제롬 발케 사무총장은 뇌물, 배임, 횡령 등 범죄적 행위에 관련된 혐의를 받는 사람들임에도 90일 잠정 제재를 가한 데 반해 저에 대해서는 조사 비협조, 윤리적 태도와 같은 애매한 조항을 적용해 6년 제재를 가한 것은 현저히 형평성을 잃은 것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리위가 조사 개시 당시 문제 삼았던, 한국 2022월드컵 유치위원회의 국제축구기금(GFF) 계획을 설명하는 편지를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것은 제재 이유에서 제외하고 단지 조사 과정의 태도를 제재의 근거로 삼은 것은 이번 윤리위 제재가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것임을 입증한다"라며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임을 강조했다.
FIFA 회장 선거는 내년 2월 26일에 열린다. 오는 26일까지 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데 정 명예회장은 6년 징계로 사실상 출마가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정 명예회장은 "블라터 회장의 경우 90일 잠정 제재가 지난 뒤 내년 2월 26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차기 회장이 선출되지 않을 경우 다시 회장직으로 돌아오려는 음모라는 국제 축구계의 지적에 주목한다"라며 블라터가 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렸다.
FIFA를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비유한 정 명예회장은 "FIFA의 내부에서 자신들의 이익과 안위만을 도모하면서 FIFA를 계속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세력들이 있다면 이들은 FIFA의 도덕적 붕괴를 초래한 블라터 회장과 함께 엄중한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CAS에서 법적 시비를 가릴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저는 가용한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FIFA 윤리위의 결정이 부당한 것임을 밝혀내고 FIFA의 환골탈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FIFA내의 양심적 동료 및 많은 축구팬들의 성원과 국제사회의 건강한 양식이 새로운 FIFA의 탄생에 함께해줄 것을 기대한다"라며 긴 싸움을 예고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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