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하루 뒤의 반격…NC 살린 '판박이 치고 달리기'

[김형태기자] 그야말로 판박이였다. 두산 베어스 첫 승의 원동력은 NC 다이노스 반격의 계기였다. 마치 똑같은 플레이를 약속이나 한 듯 하루 차이로 주고 받았다. 결과는 1승1패 균형이었다.

NC가 0-1로 뒤진 8회말. 선두 손시헌이 바뀐 투수 함덕주로부터 좌전안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후속 타자는 우타자 지석훈. 1패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후반 동점 기회. 당연히 두산은 희생번트 대비 전진 수비를 펼쳤다.

그러나 NC는 두산의 허를 찔렀다. 지석훈에게 희생번트가 아닌 히트앤드런 작전을 지시한 것. 1루주자 손시헌이 부리나케 뛰자 지석훈은 함덕주의 공을 걷어서 잡아당겼다. 타구는 좌익수 김현수와 파울라인 사이에 떨어지는 장타. 미리 스타트한 대주자 최재원은 눈 깜짝할 사이에 2루와 3루를 돌아 홈까지 밟았다. 지석훈은 1루를 지나 2루에서 멈췄다. 동점 1타점 2루타.

경기 내내 쥐죽은 듯했던 마산구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선 김성욱 타석 때 함덕주가 포수 최재훈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폭투를 범했다. 지석훈이 유유히 득점하며 스코어는 2-1 역전. 결국 NC는 9회초 마지막 수비를 착실히 막고 시리즈 타이를 이뤘다.

마치 전날 1차전 1회초 두산 공격을 NC가 재현한 듯했다. 당시 1회초 선두 정수빈이 좌전안타로 멍석을 깔자 후속 허경민은 희생번트 대신 히트앤드런 작전을 성공시켰다. 전진수비한 NC 유격수 손시헌의 키를 넘는 좌전안타를 쳤다. 민병헌의 삼진 뒤 1사 1,3루에선 김현수 타석 때 NC 선발 해커가 포수 김태군의 오른쪽으로 빠지는 폭투를 범했다. '공짜로' 선취점을 얻은 두산은 초반 기세를 제대로 살리며 NC 마운드를 난타, 7-0 완승했다.

이날 8회 NC의 행운의 역전승 뒤에는 덕아웃의 과감한 승부수가 최상의 결과로 나타났다. 동점을 위해 아웃카운트 한 개를 헌납하는 대신 과감한 치고달리기로 상대 수비를 흔든 게 100％ 주효했다. 동점을 허용하자 아직 경험이 일천한 두산 셋업맨 함덕주는 급격히 흔들렸고, 결국 김성욱 타석 때 공이 손에서 빠지면서 허탈하게 결승점을 내줘야 했다.

전날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에 막혀 꼼짝 못하고 완봉패를 당한 NC는 이날도 두산 선발 장원준의 피네스피칭에 말려 7회까지 무득점 침묵을 이어갔다. 하지만 8회 바뀐 투수 함덕주를 상대로 과감한 작전을 건 게 주효하면서 한숨을 크게 돌릴 수 있었다. 벤치의 지시를 완벽하게 수행한 최재원과 지석훈의 콤비 플레이가 만들어낸 역전의 발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