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클래식이 막판 치열한 순위 전쟁으로 가열되면서 또 예년과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이다.
24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성남FC-수원 삼성의 K리그 클래식 스플릿 그룹A(1~6위) 35라운드에서는 경기 막판 후끈 달아오르는 두 사건이 있었다.
후반 40분 수원 권창훈의 헤딩슛이 오른쪽 포스트에 맞고 나와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 쳐냈는데, 골라인에 걸친 뒤 엔드라인 밖으로 나갔다. 권창훈은 골이라며 심판진에게 격하게 항의했고 서정원 감독도 골이 아니냐며 흥분했다. 그러나 김상우 주심은 골은 아니라고 선언했다.
뒤이어 42분 성남의 역습 찬스에서 황의조가 골키퍼 정성룡까지 따돌리고 슈팅을 했다. 슈팅 전 수원 중앙 수비수 구자룡이 황의조를 잡아채려다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황의조도 중심을 한 번 잃었다. 그러나 황의조는 다음 동작을 이어가 어렵게 슈팅을 했는데 골문에 있던 수비수가 걷어냈다. 이 장면을 본 김학범 감독도 주심을 불러 수원에 파울 판정을 주지 않은 것에 항의하며 불만을 터뜨렸다.
양 팀 모두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성남 황의조의 경우 파울로 중심을 잃고서도 주심이 어드밴티지를 부여해 다음 동작에서 슈팅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황의조에게 정상적인 슈팅 기회를 부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 규칙상 두 번의 어드밴티지를 줄 수는 없다"라고 전했다.
경기 후 성남 김학범 감독도 황의조의 경험 부족을 예로 들며 "황의조가 좀 더 경험이 많았다면 그 상황에서 슈팅하려고 하지 않고 넘어졌을 것이다. 그것은 경험에서의 차이라고 본다. 공격수로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정리했다. 물론 심판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김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멘트였다.
문제는 권창훈의 노골 장면이었다. 애매한 상황이었다. 중계 화면상으로는 골대에 맞고 나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수원 측은 한 팬이 골라인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골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영상 갈무리 장면을 보여주며 골인데 오심으로 인정받지 못해 승점 3점 기회를 날렸다고 속을 태웠다.
프로연맹 관계자도 "공식적으로는 월요일(26일)에 해당 경기를 분석하게 된다. 경기 동영상으로는 잘 모르겠고 수원이 본 권창훈 슈팅의 갈무리 장면도 인터넷에서 봤는데 뭐라 할 말이 없다. 그 상황에서는 부심이 공보다 빠르지 못해 따라가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수원 이석명 단장은 "경기 후 부심에게 물어보니 권창훈의 몸에 가려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 내 탓인가 싶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여기저기서 억울한 판정의 피해를 최소화 하려면 골라인 판독기를 도입하거나 6심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쏟아졌다. 성남이나 수원 구단 관계자 일부는 "스플릿 라운드에서는 6심제를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골라인 판독기 도입은 쉽지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일본 소니의 호크아이(HawkEye), 독일·덴마크 합작인 골레프(GoalRef), 스위스의 카이로(CAIROS)의 골라인 판독기를 승인한 상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2013~2014 시즌부터 골라인 판독기를 도입했다.
판독기 별로 가격 차이는 있지만, 평균 1경기장당 1년 설치 및 운영비가 3억원 정도 든다. 총 12개 경기장에 설치를 한다고 보면 36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는 프로축구연맹 살림살이에서 적잖은 비용이다. 타이틀스폰서 후원금과 맞먹는다고 봐야 한다.
K리그 클래식 시장 자체가 더 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골라인 판독기를 도입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시장의 규모가 커져야 기술적인 투자도 따를 수 있다. 미국프로축구(MLS)도 2013년 골라인 판독기 설치를 고민하다 자금 부족으로 포기한 바 있다. 프로연맹 관계자도 "솔직히 K리그 여건상 어렵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6심제는 어떨까. 현재 K리그 전임 심판은 주, 부심 총 46명이다. 클래식과 챌린지 11경기에 대기심까지 총 44명이 투입된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 심판 승강제를 하고 있고 시즌 중 징계를 받는 것까지 생각하면 부족한 인원이다. 스플릿 경기에라도 6심제 도입을 하려면 프로연맹 이사회 등에서 논의가 있어야 한다.
6심제를 해도 골라인 부근에 서 있는 3, 4 부심이 권창훈의 사례처럼 볼이 골라인을 통과했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보기가 어렵다. 1, 2 부심과 보는 각도가 다르고 최종 판정은 주심이 하기 때문이다.
우수 심판 부족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심판 양성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한 심판원이 하부리그 경험을 쌓고 클래식까지 올라오는데 최소 5년 이상은 소요된다. 하부리그 심판진을 임시로 활용한다고 할 경우 아무래도 수준 차가 날 수밖에 없다.
한 심판 관련 전문가는 "모든 심판이 완벽한 판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현재 K리그도 심판 승강제를 하면서 노련한 심판들이 많이 탈락 및 은퇴를 한 상황이다. 시즌 막판 계속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하나의 이유다. 아마 좋은 주, 부심들이 성장하더라도 권창훈과 비슷한 일은 반복될 수 있다. 판정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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