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차미네이터' 차두리(35, FC서울)가 더 이상은 경기에 뛰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완전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EB하나은행 FA컵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결승전에 풀타임 출전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선 경기에서 국내 복귀 후 첫 우승이라는 감격을 만끽했다.
올해 3월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렀던 차두리는 서울에서도 올 시즌만 뛰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은 차두리의 현역 연장을 기대했지만, 차두리는 미련없이 마음을 내려놓았다.
서울의 우승 후 차두리는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한국에 돌아와서 두 번(AFC 챔피언스리그, FA컵)이나 결승에 올라 우승 기회를 잡았는데 준우승에 머물렀다. 아시안컵에서도 결승에 가서 준우승하면서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마지막에 우승컵을 들어 올려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선발이 아닌 비주전까지 동료들을 살뜰하게 챙긴 차두리다. 그는 "저와 11명이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FA컵은 1라운드부터 올라와야 하는 대회다.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던 선수도 기억해 달라. 최정한, 박희성, 정조국 등 이들이 이겨줬기에 결승도 우승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90분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는 차두리는 "동점골 허용 이후에 조금은 작년 생각이 나더라. 분위기 자체가 인천 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기 흐름대로 경기를 이끌어가는 느낌이어서 쉽지 않았다"라고 어려웠던 때를 돌이켰다.
이어 "여러가지로 감정이 겹쳤다. 더는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없는, 많은 사람 앞에서 큰 관심 받으면서 경기할 기회가 없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에 후배들이 잘 해줘서 우승이라는 것을 해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하고 좋았다"라고 기뻐했다.
시상식에서 차두리는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에게 우승 메달을 걸어줬다. 차두리는 "본인은 감독할 때 (우승) 해봤다고 하더라. 선수, 감독으로 다 해보셨으니 크게 감동은 안하시더라. 잘난 아버지를 둔 탓이다"라고 웃은 뒤 "물론 아들이 우승해서 기쁘리라고 생각한다. 메달을 고이 잘 간직하실 거라고 믿는다"라고 얘기했다.
차두리는 남은 K리그 클래식 3경기는 뛰지 않겠다고 밝혔다. 차두리는 다음 달 7일 수원 삼성과의 36라운드에는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정말 힘든 한 해였고 많은 힘을 쏟았다. 감독님과 자세히 상의해 봐야겠지만 잔여 경기 나서지 않으려 한다.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출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아직 감독님과 대화를 나눠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지난 한 달간 발바닥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약을 먹고 나섰다. 뜻깊은 결과를 얻었는데 이제는 내 몸도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축구를 하면서 K리그 복귀 결정이 잘했던 것이라는 차두리는 "선수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할 수 있는 일들이나 시야를 넓혀준 것 같다. 유럽과 한국을 같이 경험하고 대표팀까지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재산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래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방식의 삶을 살아갈 지는 정확하게 정해놓지 않았다. 더 많이 노력하고 공부를 해서 지금까지 얻은 지식과 배운 것들이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발전에 힘을 쏟겠다. 감독 등 무엇을 할 지는 마음속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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