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한국전력에게는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던 경기였고 삼성화재에겐 속쓰린 패배였다. 한국전력은 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한국전력은 패색이 짙었다. 5세트 후반 10-13까지 삼성화재에게 끌려갔다. 삼성화재 주포 그로저가 시도한 서브가 실패해 11-13으로 따라붙었으나 바로 이어진 랠리에서 그로저가 후위공격을 성공하며 14-11로 달아났다. 삼성화재의 승리와 한국전력의 패배가 결정되는 데는 단 한 점만 남았다.
그런데 한국전력은 이때부터 믿기지 않는 추격을 시작했다. 얀 스토크의 후위 공격, 최석기의 서브 에이스가 나오며 13-14로 따라붙었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한국전력의 흐름을 끊기 위해 남아있던 타임아웃을 불렀다.
타임아웃은 각 세트당 두 번 요청이 가능하다. 8점, 16점이 될 때 주어지는 테크니컬 타임과 달리 시간이 짧다. 테크니컬 타임이 1분이라면 타임아웃은 30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이 때 선수들에게 간단한 주문을 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로저의 반크로스 공격만 잡자'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극적인 승리로 경기를 끝낸 후 공식 인터뷰에서 "다른 지시는 안했다"며 "실점을 해서 경기에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한 코스(반크로스 공격)만 막자고 했다"고 말했다.
타임아웃이 끝나고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삼성화재 세터 유광우는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그로저에게 토스를 보냈다. 한국전력 블로킹을 피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로저가 시도한 후위 공격이 라인을 벗어났다. 14-14 듀스가 됐다.
신 감독이 짧은 타임아웃 동안 선수들에게 지시한 내용은 듀스 상황에서 만점 효과로 이어졌다. 삼성화재는 그로저가 계속 해결사로 나섰는데 한국전력은 그 공격을 연달아 막아냈다.
센터 방신봉은 14-14에서 그로저가 시도한 후위공격을 가로막았다. 17-16으로 앞서게 된 상황, 방신봉과 얀 스토크는 그로저가 시도한 오픈 공격을 모두 유효 블로킹으로 연결했다. 랠리가 길어질수 록 불리한 쪽은 공격 옵션이 하나로 좁혀진 삼성화재다.
결국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팀은 한국전력이었다. 유광우는 포인트를 따내기 위해 그로저에게 다시 오픈 토스를 보냈다. 그러나 그로저가 때린 공은 서재덕의 블로킹에 잡혔다. 한국전력은 길었던 승부를 끝내고 마지막에 웃었다. 그로저는 자신이 시도한 공격이 막히면서 경기가 종료되자 코트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신 감독은 "오늘 경기를 패했다면 팀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을 수 있었던 위기"라며 "선수들이 듀스를 만든 뒤 집중력을 잘 유지해 귀중한 승리를 얻었다"고 만족해했다.
조이뉴스24 /대전=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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