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정병근기자] 자신의 곡을 발표하기 위해 회사 내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표 프로듀서, 60살에 최상의 기량으로 무대에 서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가수, 말 대신 행동으로 소속 가수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한 회사의 수장. 참 박진영스럽다.
박진영은 '날 떠나지마'로 데뷔한 1994년부터 '어머님이 누구니'를 발표한 현재까지 한결 같다. 수많은 곡을 발표했지만 언제나 박진영만의 흥과 감성이 있고,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솔직하고 당당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바뀐 건 있지만 언제나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딴따라다. 22년간 그러다 보니 '박진영스럽다'는 말까지 나왔다.
"말을 할 때도 박진영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데뷔를 했을 때 좋은 인상은 주고 싶은데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말이 나중에 앞뒤가 안 맞게 나가거나 하는 것도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그때 그때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심했어요. 생각이란 건 제가 크면서 바뀌겠지만 그래도 그러면 일관성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음악도 내 심장이 뛰지 않는 건 하지 않다 보니 일관성이 생긴 게 아닐까요."
사실 맹목적으로 돈을 좇는다면 일관성이 생기기 어렵다. 박진영은 진실하게 과정을 즐기고 자신이 세운 원칙은 꼭 지킨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시스템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박진영은 자신의 앨범을 마음대로 낼 수 없다. 곡 선택도 마음대로 못 한다. 회사에서 통과가 돼야 앨범을 낼 수 있다. 자신이 모든 걸 결정하는 시스템에 한계를 느껴 시행착오를 겪으며 새롭게 구축한 시스템 때문이다.
"어색한 것도 있고 답답했죠. 작년이 제일 심했어요. 이제야 적응이 됐어요. 일도 내가 후다닥 결정하다가 직원들에게 결정을 하라고 하니까 자기들도 답답해 하고 그랬어요. 생각을 많이 내다가도 권한을 주면 판단이 잘 안 서고 그러기도 하잖아요. 이번에 신곡 작업을 하고 있고 지금까지 곡들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데 회사에서 통과가 돼야 앨범을 낼 수 있으니까 긴장되네요."
박진영은 철저한 시간관리와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강한 카리스마로 소속 가수들과 회사 직원들을 휘어잡는 스타일이 아니다. 말보단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다. 박진영은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강하진 않고 그냥 본보기가 되는 정도"라고 했다.
"지금도 비나 태우나 다 형제 같이 가까이 지내고 있는데 그런 게 좋아요. 애들이 살면서 저에게 실망을 하는 게 아니라 힘들 때 절 떠올리고 보고 싶어하고 뭔가 물어오고 그런 리더십이고 싶어요. 지금 회사 소속 아이들에게도 말 안 하고 사는 모습으로 보여주려고 해요. 제가 명품이나 비싼 차를 안 타니까 애들도 사치를 조금은 덜 하게 되지 않을까요. 나를 보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가장 박진영스러운 건 60살에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한 철저한 건강관리다. 남들이 들으면 헉 소리가 날 만큼 건강한 식단을 지키고 괴로울 정도의 강도로 하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박진영은 "나머지 것들은 할 만한데 이 두 개가 너무 괴롭다"고 했다.
"요즘 너무 살기 힘들고 팬들이 다들 힘들게 살잖아요. 그런데도 저에게 시간과 돈을 쏟는 건데 그래서 저는 더 힘들고 괴롭게 살고 싶어요. 박진영이 우리를 고맙게 생각하고 그래서 최선을 다 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게 60살 때 최고의 기량으로 무대에 서는 거라고 생각해요. 말로 여러분 사랑해요 그런 게 아니라 그때 그렇게 보답하고 싶어요. 당연히 도덕성에서도 실망시켜드리면 안 되겠죠."
박진영은 자신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그 하루하루가 모이면 목표로 한 그 순간이 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 이후의 1차 계획은 먹고 싶은 거 원없이 먹고 운동도 가끔 빼먹는 거다. 그는 "그때부턴 편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는 힘들지만 음악은 여전히 즐겁다. 지금까지 500여 곡을 썼지만 아직까지 창작의 고통도 없다고 했다.
"전 데뷔 때부터 '쟤 분명히 약 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검사도 받아봤는데 한 번도 마약에 대한 유혹을 느껴본 적 없어요.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전 음악만으로도 끝까지 가거든요. 그 자극 횟수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오히려 몸이 더 건강해지고 받아들이는 게 더 예민해지니까 그 자극의 강도가 더 세졌어요. 사실 작년엔 조금 있었는데 아직까지 창작에 대한 고통 이런 건 없어요."
박진영은 여러 역할들을 하고 있지만 정체성은 '곡을 쓰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만든 노래를 들려줬을 때 누군가 좋아하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명곡을 남겼지만 박진영의 음악인생은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ycuzmy@joynews24.com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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