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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거의 품격'을 미얀마에 몸소 보여준 기성용


패스, 슈팅, 볼 간수 모든 능력 꺼내 보이며 한국 승리 이끌어

[이성필기자] "한국에는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가 있다."

미얀마 축구대표팀 저드 자이츠 감독은 11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조별리그 5차전 한국과의 경기를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실력을 언급했다. 미얀마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는 비교 불가라는 이야기였다.

자이츠 감독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대표팀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수준 높은 패스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날 기성용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함께 배치됐다. 정우영(빗셀 고베)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혼자 두고 기성용은 전진해 공격을 제조했다. 미얀마의 밀집 수비를 깨기 위한 슈틸리테 감독의 복안이었다.

기성용의 수준 높은 플레이는 대표팀 경기를 보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상대가 약팀이든 강팀이든 상관없이 갈수록 질이 좋아지는 플레이는 개인은 물론 대표팀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날 기성용은 밀집 수비를 깨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미얀마는 전반 시작부터 자신들이 연습한 대로 체력을 앞세운 수비 압박으로 한국의 패스를 차단하려 애를 썼다.

기성용은 영리했다. 전반 2분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지만, 황의조의 슈팅에 절묘한 패스를 보여줬다. 이후 좌우로 전환하는 패스부터 수비를 등지고 볼을 내주는 것까지 가능한 동작들을 하나씩 꺼냈다.

18분, 기성용의 패스 한 방이 경기 흐름을 바꿨다. 중앙선 왼쪽 부근에서 전방을 향해 롱패스를 시도했다. 이를 받은 이재성(전북 현대)이 양발로 볼을 트래핑 한 뒤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기성용의 롱패스 아래에는 미얀마 수비 7명이 있었다. 이들을 무력화하는 놀라운 패스가 한국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30분 구자철의 헤딩 추가골은 기성용의 볼 간수가 있어 가능했다. 왼쪽 측면에서 수비 두 명이 달려들었지만 현란한 움직임과 볼 간수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에게 패스를 했고 이것이 가로지르기(크로스)로 이어져 구자철의 골로 마무리됐다.

골이 되지 않았지만 31분에는 자신의 진가인 묵직한 중거리 슈팅으로 미얀마 수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후반에도 똑같았다. 미얀마는 공격수 두 명을 제외한 8명을 자기 진영 아크 부근까지 내렸다. 기성용은 롱패스로 미얀마의 공간을 깨는 영특함을 보여주었다. 우월한 피지컬을 앞세워 파울도 유도했다. 자이츠 감독이 부러워할 만한 모든 것을 보여준 기성용 덕분에 한국은 손쉽게 4-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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