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대만에서 다시 보자." 지난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5 서울 슈퍼시리즈'에서 한국과 경기를 치른 빅토르 메사 쿠바 감독은 이런 덕담을 남겼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머어12'에서 쿠바와 한국이 함께 선전을 펼치기를 바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메사 감독의 말이 현실이 됐다. 한국과 쿠바가 나란히 8강에 진출해 준결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한국과 쿠바는 16일 대만 타이중에 있는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8강전 상대로 만나 한판 승루를 겨뤄 4강행을 다투게 됐다. 프리미어12는 8강전을 끝으로 장소를 대만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일본으로 장소를 옮겨 4강전과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앞서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2015 서울 슈퍼시리즈'로 명명된 무대였고 4일과 5일 고척돔에서 1, 2차전을 벌였다. 당시 양 팀은 1승1패씩 사이좋게 승패를 나눠가졌다.
슈퍼시리즈는 그야말로 평가전이었지만, 이제는 이기면 4강행이고 지면 짐을 싸야 하는 진검승부다.
한국에게는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 당초 쿠바와 8강전은 15일 B조 조별예선 미국과 마지막 경기를 치른 타이베이시 티안무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한국이 쿠바보다 다소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런데 15일 미국과 경기 도중 티안무 구장 전광판쪽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일어났다.
대회조직위원회는 결국 한국과 미국전이 끝난 뒤 8강전이 치러질 구장을 급히 변경, 발표했다. 한국-쿠바전이 타이베이가 아닌 타이중으로 장소가 변경된 것이다. 한국대표팀은 쿠바전을 치르기 위해 버스로 2시간 가량 이동해야 한다. 반면 쿠바는 15일 타이중에서 이탈리아와 A조 마지막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이동에 대한 부담이 없다.
한국에게는 여러모로 꼬인 일정이다. 한국은 대회 주최측인 일본의 국내 흥행을 위해 개막전을 지난 8일 삿포로돔에서 일본과 일전을 벌이고 난 후 대만으로 이동해 조별예선 나머지 4경기를 치렀다. 홈에서 개막전을 갖고 대만으로 이동한 일본이나 처음부터 대만에서만 머물며 조별리그를 벌인 팀들에 비해 한국은 한국-일본-대만으로 바쁘게 이동하며 경기를 치러왔다. 그런데 8강전 한 경기를 위해 또 2시간이나 버스 이동을 하는 험난한 일정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8강 상대가 낯설지 않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쿠바 마운드와 타자들을 이미 상대해봤기 때문이다.
한국은 쿠바와 8강전 선발투수로 좌완 장원준(두산 베어스)을 내세운다. 장원준은 쿠바와 서울 슈퍼시리즈 2차전에서 마운드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선발투수였던 우규민(LG 트윈스)이 타구에 맞아 1회 조기 강판되자 급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장원준은 당시 38구를 던지며 2.2이닝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제 역할을 했다.
한편 쿠바는 프랑크 몬티에트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그는 지난 4일 한국과 치른 서울 슈퍼시리즈 1차전에 등판했다. 한국 타선은 쿠바 선발투수 요에니스 예라 공략에는 성공했지만 두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했던 몬티에트에게는 눌렸다. 몬티에트는 3.1이닝 동안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한국은 15일 미국을 상대로 연장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아쉽게 2-3으로 패했는데 밤 늦게 경기가 끝나 휴식할 시간도 얼마 안된다. 선수들이 얼마나 피로감을 떨쳐낼 것인지가 쿠바전에서 중요한 키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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