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언프리티 랩스타2'는 뜨거웠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반향은 컸다. 출연자들도 그랬다.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도 , 되려 편견과 오해의 시선에 갇히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속시원한 랩에 열광도 했고, 거듭된 논란에 실망도 컸다.
그렇게 뜨거웠던 '언프리티 랩스타2'가 끝났다. 방송 내내 화제가 됐던 출연진 중에는 길미도 있었다. 길미는 걸그룹 멤버들과 언더그라운드 래퍼들로 이뤄진 라인업에서 유일하게 인지도가 있던 여성 래퍼였다. 출연진 중 '맏언니'이기도 했다.
'언프리티 랩스타2'에 승선한 길미는, 기대와 실망, 안타까움, 애처로움 등 복합적인 감정을 일으키게 하는 주인공이었다. '극적인' 상황이 부각되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욕도 많이 먹었다. 그럼에도 길미의 존재감만큼은 뚜렷했다. 실수는 안타까웠지만, 실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탈락 속에서도 끝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조이뉴스24와 만난 길미의 표정은 밝았다. '언프리티 랩스타2' 촬영을 하며 참 여러가지 면에서 힘들었다. 악플 때문에 마음 고생도 했다. "억울한 점도 있지만, 애써 해명하고 싶진 않다"고 웃었다.
많은 사람들이 길미에게 물었다. '언프리티 랩스타2'를 왜 출연했느냐고. 길미는 실력으로 인정 받는 래퍼였다. 랩 뿐만 아니라 보컬도 수준급이었고, 확고하게 구축한 영역이 있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건 자명해 보였다.
혹여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던 건 아니었을까. 길미는 되려 "자신감이 없었다. 누가 나올지 몰랐다. 실체를 모르니 더 두려웠다. 그래서 초점을 저에게 맞췄다"고 말했다. 길미가 출연을 결심했던 건 '도전', 그 마음 때문이었다.
현실은 치열했다. 50-60시간씩 촬영이 이어지기도 했고, 잠도 거의 못 잤다. 가사를 붙들고 사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길미는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음악을 하던 날들이었다고 표현하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인생은 참 치열하게 살았는데, 이렇게 치열하게 음악을 한 적은 없었어요. 강압적으로 음악을 하기 싫어 늦게 데뷔했고, 제 돈으로 앨범을 만들었고 프로듀싱도 했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썼지 억지스럽게 한 적은 없었어요. 뭔가 내려놓고 살다가 갑자기 전쟁터에 내던져진 기분이었어요. 슬럼프에 빠졌고, 음악을 놓고 싶었고, 삶의 기로에 놓여있었는데 안일하게 세상을 바라봤구나,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밤을 쓰면서 가사와 라임을 생각하는데, 그게 참 재미있었어요."
방송에 미처 다 보여주지 못 했지만, 길미는 참 열심히 했다.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음악 작업물, 가사, 라임 다 제쳐두고 전부 새로이 작업했다. "멋있게 잘 보여주고 싶은 고집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쉬운 실수도 있다. 방송 초반 가사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하는 모습이 부각 됐다. 길미는 "'가사 상실녀'라고 나를 부르더라"고 웃었다. 연습이 부족한 탓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가사를 여러번 수정하느라 그런 실수가 생겼다. 길미는 "가사 쓰는게 재미있었는데, 그런 실수 때문에 바보처럼 보였을 수 있다. 그래도 후회 없이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길미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는 또 있다. 나이 때문에 체력이 떨어진다는 이미지가 부각됐다. 길미는 "그 친구들과 나이 차이 나는 건 팩트다"라면서도 "평소 별명이 에너자이저다"고 못내 아쉬움을 털어놨다. 의욕이 없어 보인다는 오해도 속상했다고.
시청자들 반응을 일일이 살폈다는 길미를 속상하게 한 반응들은 또 있었다. 길미는 "날 좋아했는데 거품이 빠졌다는 말이 가슴 아팠다. 앞으로 내가 음악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박수쳐줄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을 혹시 후회하지는 않을까. 길미는 "네니요"라고 대답하며 "딱 반반이다"고 웃었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모든 마음이 반반이예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고, 다시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하기 싫은 마음도 있어요. 얻은 것은 작업에 대한 열정과 환기요. 리프레시도 됐고. 길미라는 사람이 잊혀져 갈 때쯤 주목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잃은 거라곤 저에 대한 경력적인 흠집이 났다는 거(웃음). 그리고 저에 대한 오해와 억울한 부분이 있어요. 어차피 변명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제가 가져가야죠."
"제 스스로 갇혀진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편해진 거 같아요. 예전에는 가사를 써도 '난 대중 작사가니까 이런 말 쓰면 안돼' '심의에 걸릴 것 같아' 겁도 많이 냈어요. 틀 안에 갇힌 느낌이 있었는데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하고 싶었던 시험도 해보고, 표현도 자유로워지고. 방석 정도는 깔아준 것 같아요."
길미는 현재 새 앨범 준비 중에 있다. 음악으로 대중들의 신뢰를 쌓고 싶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길미는 "대단한 앨범은 아니겠지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은 노래가 될 것이라는 약속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프리티 랩스타2'는 끝났어도 길미의 노래는 계속 된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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