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집토끼 단속에 나선다. 대상은 구단의 프랜차이즈 우완투수 이동현(32)이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문을 열었다. 총 22명이 FA 권리를 행사한 가운데 지난 22일부터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일이 시작됐다. 28일까지 원 소속구단과의 잔류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29일부터는 타구단과의 협상이 가능해진다.
LG는 이번에 팀내 유일한 FA인 이동현 붙잡기가 지상 과제다. 이동현은 경기고를 졸업한 뒤 2001년 LG에 입단, 올 시즌까지 15년 간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팔꿈치 수술을 세 차례나 받으며 "마지막 인대는 LG에 바치겠다"고 말한 로맨틱한 감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최근 수 년간 부동의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2013년 6승3패 1세이브 25홀드(2위) 평균자책점 3.00, 2014년 5승1패 2세이브 23홀드(3위) 평균자책점 2.73으로 2년 연속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LG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올 시즌 성적은 주춤했다. 60경기에 등판, 봉중근의 부진 당시 마무리 역할까지 책임지는 등 궂은 일을 맡았지만 5승5패 4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40의 성적에 그쳤다. 지난 2년 간의 성적과 비교하면 하락세라 볼 수 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5월까지 1점대, 6월까지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그러나 7월 들어 3점대로 올라선 평균자책점은 8월 말 4점대를 돌파했고, 결국 4.40으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정찬헌의 이탈, 봉중근의 선발 전업 등으로 이동현에게 과부하가 걸렸다는 분석이다.
올 시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동현은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특히 LG 입장에서는 마무리였던 봉중근이 선발로 돌아선 가운데 이동현마저 없으면 불펜이 너무 헐거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LG에게 이동현이 꼭 필요한 자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금액이다. LG가 이동현이 원하는 액수를 맞춰줄 수 있느냐가 잔류의 관건이다. 이동현이 매물로 나올 경우 타구단에서 영입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LG도 이동현이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들어주기는 어렵다.
상징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LG는 이동현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이동현은 LG를 대표하는 투수다. 존재감은 미치지 못하지만, 김용수-이상훈으로 내려오는 프랜차이즈 투수 계보를 이을 선수다. LG에서 뛴 기간은 봉중근보다도 이동현이 많다.
LG는 그동안 야수 프랜차이즈 스타들에게는 후한 대우를 해왔다. 2013년 이병규(9번, 3년 25억5천만원), 지난해 박용택(4년 50억원) 모두 남부럽지 않은 조건에 FA 계약했다. 이같은 선례에 비춰보면 이동현도 프랜차이즈 특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현의 보직이 불펜 투수라는 점에서 LG의 고민이 시작된다. 그동안 LG는 불펜 FA를 영입해 성공한 사례가 딱히 없다. '옆집' 두산에서 최고의 마무리로 활약했던 진필중, '우승팀' 삼성의 필승 계투조 정현욱이 FA 자격으로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적 후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이동현도 LG 잔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의 가치는 돈으로 평가된다.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LG를 떠날 수밖에 없다. 이동현과 LG는 아직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다. 협상 실무자와 이동현이 점심 식사를 한 차례 한 것이 전부다. 우선협상 기간은 닷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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