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집토끼 단속.'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에게 주어진 화두다.
롯데 구단에서는 올 시즌 종료 후 송승준과 심수창(이상 투수)이 FA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원 소속구단 협상 마감일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까지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결과론이지만 롯데는 지난해 FA 시장에서 출혈이 있었다. 집토끼를 잘 간수하지 못해서다.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던 좌완 장원준이 팀을 떠나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베테랑 투수 김사율과 박기혁(내야수)은 kt 위즈로 갔다.
김사율과 박기혁은 그렇다쳐도 롯데는 장원준이 떠난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로 좌완 브룩스 레일리를 영입해 어느 정도 효과는 봤다. 레일리는 조쉬 린드블럼과 선발 원투펀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선발투수 자체가 부족했고 시즌 내내 4, 5선발 찾기로 속을 태웠다.
시즌 초반이던 지난 5월 kt와 트레이드를 통해 박세웅이라는 선발감 유망주 투수를 데려왔다. 그러나 코칭스태프는 박세웅 활용법을 두고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가며 제대로 정착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이번에 또 한 명의 확실한 선발투수 송승준을 놓친다면 롯데는 내년 시즌에도 마운드에 대한 고민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일찌감치 재계약을 확정한 린드블럼과 레일리에 군에서 전역한 뒤 팀에 복귀한 고원준과 진명호가 선발감으로 꼽히고 있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박세웅은 여전히 미지수 전력이다.
심수창 역시 롯데 입장에선 지켜야 할 자원이다. 그는 올 시즌 초반 마무리와 중간계투로 나서며 적잖은 힘이 됐다. 장원준의 FA 보상선수로 두산에서 데려온 정재훈이 제 역할을 못해주자 심수창이 그의 자리를 대신한 셈이다. 정재훈은 27일 실시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다시 친정팀인 두산으로 떠났다.
송승준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이다. 그는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미국에서 돌와와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올 시즌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거의 거르지 않았다. 승패 결과와 투구내용을 떠나 자신이 나서야 할 순서에는 꼬박 꼬박 마운드에 올랐다.
정규시즌은 장기 레이스로 치러진다. 선발투수진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송승준 같은 유형의 투수는 팀에 꼭 필요하다.
송승준은 지난 25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이윤원 단장과 운영팀 등 구단 관계자와 만나 협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하고 끝난 건 아니다.
롯데는 원소속팀 협상 마지막 날인 28일 사직구장에서 팬들과 함께하는 선수단 닙회 행사를 진행한다. 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어쩌면 가장 큰 선물은 송승준 등 내부 FA의 팀 잔류 소식일런지 모른다.
한편 롯데를 비롯해 다른 구단 어디에서도 27일까지 FA 계약은 감감 무소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두 번째로 원소속구단 협상 마감일 하루 전까지 한 명도 계약하지 않았다. 그만큼 FA 선수들과 구단 사이에 눈치싸움과 줄다리기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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